1. 나도 이럴 줄은 몰랐지

그때는 너무 일이 하고 싶었다.

by Eric Kim

2018년 5월 말

나는 그렇게 외국계 포워딩 회사에 덜컥 합격했다.



'아쉽게도 귀사는 이번 기회에...'


CJ오쇼핑 면접 탈락을 확인하고 ‘나는 잘하는 게 1도 없는 우주 제일 쓰레기’ 라며 좌절감에 빠져있던 어느 날 지금의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람인 보고 연락드렸고, 이런저런 회사고, 한 번 면접 보시겠어요?”


1년의 취업준비 기간 동안 수십 번의 탈락을 맛보면서 이제는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흔쾌히 오케이를 하고 며칠 뒤 면접을 보고 회사를 나오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합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합격'


2018년 5월 말

나는 그렇게 외국계 포워딩 회사에 덜컥 합격했다.


사실 합격 연락을 받고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첫 번째로 한국 포워딩 업계에서 일한다는 건 쉽지 않다. 연봉도, 위치도, 대우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친하게 지내는 A 대리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문계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 포워딩이란다. 평소에도 Negative 한 이야기를 자주 하기 때문에 물론 어느 정도는 걸려들어야 한다. 하지만 국문학과부터 도자기학과까지 다양한 전공인들이 모여있는 걸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두 번째로 미국에서 인턴생활을 할 때, 자사 창고를 보유한 로컬 포워딩 회사에서 일 한 경험이 있다. 포워더들과 수시로 소통을 하며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더욱더 고민이 되었다. 포워딩 업무는 외국인들과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가 필수적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일의 process는 같다. 포워더들과 긴밀하게 일을 한 경험이 있어도 고민하는 이유? 바로 나는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1년을 미국에서 살았는데도 정말 못한다. 어떻게 1년이라는 시간을 영어도 못하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다.


한 번은 구매부서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미국에서 1년 살다온 거 치고는 영어를 좀 못하시네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면접 자리에서 너무 직설적으로 망신을 주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사실이라 아무 말 못 하였다. 이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오죽하면 처음 면접 제의를 받았을 때 “그거 영어 잘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라며 반문했다. 그만큼 나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이유를 앞세우며 오랜 시간 고민을 하다가 일단 출근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아무 일이라도 너무 하고 싶었고, 출근해보고 아니면 그만두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며 다니고 있는 나를 보면 나는 그때 절대로 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처럼 지금이라도 그때로 돌아가 나를 말리고 싶다. 하지만 아마 그때로 돌아가도 또 출근을 하는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영화도 과거의 자신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6/1

나는 많은 고민 끝에 첫 출근을 하였다.


그리고 출근한지 30분이 지났을 때,

나는 퇴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