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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쿠르 코치 김지호 Oct 21. 2023

말레이시아 파쿠르 여행기


커뮤니티


말레이시아 파쿠르 커뮤니티 'Parkour Malaysia'는 2004년 2명의 열정적인 파쿠르 매니아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온오프라인 모임과 각종 미디어 소개를 통해 2012년에 정점을 이룬다. 그러나 2012년 말, 커뮤니티 창립자들은 삶과 현실의 무게에 결국 커뮤니티 운영 및 관리에 자연스럽게 소홀해지게 되었고 파쿠르 동호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4년에는 소수 매니아들만 수련하는 소규모 팀 단위로 분열된다. 그들은 좁은 파쿠르 시장 안에서 생존 경쟁을 하면서 서로 반목했다.


2017년, Marcus가 커뮤니티의 새로운 리더가 되면서 다시 중흥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연례행사로 Year End JAM 을 기획했으며 12월 연말에 군소 팀단위로 쪼개져 있던 리더들을 한데 모아 파쿠르 모임을 열게 된다. 모임은 싱가포르의 연례행사이자 국제적으로 유명한 'Lion City Gathering'에서 많은 영감과 동기를 얻었다고 한다. 첫 모임은 아무 계획이 없는 JAM형식(자율운동 모임)이었으나 쿠알라룸푸르에 함께 모여서 네트워킹과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


2018년에는 규모를 확대하여 워크숍, 파쿠르 대회(스피드 코스, 프리스타일, 체이스태그 등)를 개최하고 해외 유명 파쿠르 전문가들을 초빙한다. 특히 이벤트에 레드불, IQI같은 대형 스폰서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행사 기획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 장소 뿐만 아니라 각종 물품 및 서비스 지원도 받게 된다.  말레이시아 파쿠르 커뮤니티 동호인들과 리더들은 대회 개최가 국제적인 관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벤트 참여도 향상, 기업 및 단체의 후원, 미디어의 조명 등 파쿠르 확대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쿠르 선수 Koh Chen Pin도 경쟁과 대회를 지지하며,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자율운동모임 형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회를 반드시 개최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파쿠르 입문자나 파쿠르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워크숍은 매우 유용하지만, 이미 스스로 파쿠르 수련을 오랫동안 해온 매니아들에게는 자신이 코치나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는 이상 워크숍 참가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따라서 파쿠르 경험이 풍부한 매니아들은 서로 기량을 확인하고, 움직임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회가 중요하다. 대회와 워크숍. 이렇게 2가지 이벤트가 파쿠르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말레이시아 파쿠르 커뮤니티의 사례에서 현재 한국의 파쿠르 커뮤니티가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첫째, 리더십의 존재 유무가 커뮤니티의 방향을 좌우한다. 리더십이란 개인의 안위를 넘어 공동체를 사유하는 행동철학이다. 말레이시아 파쿠르 커뮤니티는 2012년에서 2016년까지 약 5년간 리더십의 부재를 경험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개인의 즐거움, 여가를 위한 파쿠르 활동만을 원했지 어느 누구도 리더가 되고 싶어하거나,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쇠퇴하고 있는 커뮤니티를 지켜만 보면서 소모적인 분석과 비판만이 생산되었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초기 말레이시아 커뮤니티 운영진은 대다수가 전업 파쿠르를 꿈꾸는 멤버들이었으나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조용히 잊혀졌다. 반면에 Marcus를 필두로한 2세대 운영진들은 의사, 변호사, 교사, IT기술자, 상담사, 영업사원 등 각자의 본업이 따로 있고 파쿠르를 제2의 부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개인의 생존문제를 커뮤니티 활동에 가져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구체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개 개인의 생존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여가활동으로 보기 때문에 이익 추구 및 분배에서 자유로웠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둘째, 자발성을 띈 봉사 정신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관심사를 공유한 동호인 조직으로, 태생 자체가 돈을 벌 수 있거나 물질적인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리더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이익, 대가를 바라게 되면 커뮤니티의 순수한 활동성이 탄력을 잃기 쉽다. 싱가포르의 Lion City Gathering에 이어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렸던 말레이시아의 YEJ 이벤트는 기획부터 종료까지 동호인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졌다. 행사가 이루어지기 까지 홍보, 판촉물 제작, 게스트 초청, 장비 설치 및 해체, 운영 및 관리 등 업무 부하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불평불만 없이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적잖게 놀랐다. 이들은 심지어 평소에는 타지에서 각자 팀들로 따로 활동하고, 목표나 꿈도 다르다. 어떤 파쿠르 공연이나 광고 수요가 있으면 그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심하여 자원봉사하게된 동기가 무엇일까?


셋째, 결국은 구체적인 욕구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구체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자발적 참여 동기가 발생한다. 커뮤니티 이벤트는 돈도 못 벌고, 해야할 일은 많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파쿠르 동호인들은 지난 5년 동안 쇠퇴를 경험하면서 "파쿠르 커뮤니티를 부흥시키고 싶다" 라는 공통적인 욕구가 형성되었다. Marcus는 그 욕구를 포착하여 분열된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파쿠르 대회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공동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또한 커뮤니티 이벤트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물질적인 혜택보다도 네트워킹, 기술 및 움직임 교류, 여행 등 '새로운 체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  5일은 짧은 시간이지만, 말레이시아 파쿠르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얻은 정보, 그들의 경험들은 '나' 자신 뿐만 아니라 한국 파쿠르 커뮤니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쿠알라룸푸르, 친절한 나의 친구 Shahman의 집에서 2019년 새해를 앞두고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대회


그동안 파쿠르 대회라는것을 영상으로만 보다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대회와 경쟁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날 파쿠르 대회는 크게 세가지 형식을 띄고 있다.  첫번째, 실용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파쿠르의 이동기술의 개념에 부합하는 스피드 코스(Speed course). 두번째, 움직임의 자유와 자기표현, 예술성을 중시하는 프리스타일 코스(Freestyle course). 세번째, 술래잡기 놀이에서 영감을 얻은 체이스태그(Chase tag).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대회는 위 3가지 형식이 모두 진행됐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팔레스타인의 선수 등 남녀포함 약 30여명이 참여했다.


본래 말레이시아 파쿠르 커뮤니티 대표 Marcus로부터 심사위원 자격과 함께 심판직을 요청받았으나,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  


예전의 나는 이타주의 근본주의자였으나, 지금의 나는 경쟁과 대회를 반대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경쟁과 이타심 둘다 태초의 자연의 모습이다. 자연의 적자생존의 법칙이 그러하고, 자연의 협력과 상생의 법칙이 그러하다. 해와 달의 관계처럼, 경쟁이 있기에 이타심이 있고, 이타심이 있기에 경쟁이 있다. 이 둘은 서로 적대관계가 아니라 사실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해준다. 해(日와 달(月)은 밝은 빛(明)을 이루고, 서로 다른 양면이 하나의 동전을 있게 해준다. 이타심과 경쟁은 하나다. 자연은 원래부터 그랬는데 내가 구분지었을 뿐이다. 나는 더이상 이분법으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여지는 대로 보고 싶다.  


대회 자체를 본 적도, 참여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심판보다는 관찰자로서 참여하겠다.  - 어떤 기준에 의해 누군가를 분석, 평가, 판단하는 것은 내 자신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고, 괴로운 일이다. 아직 나는 준비되어있지 않다.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심판 또한 그들 세대를 함께하고 공감하는 젊은 친구로 내정해 달라말했다. Marcus는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고, 덕분에 큰 부담없이 자유롭게 대회를 관찰하고, 참가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대회는 스피드 코스부터 시작했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정하고, 중간중간 통과해야만 하는 지점들을 사전에 선수들에게 공지했다. 또한 선수들이 움직임을 설계할 수 있도록 리허설 시간이 주어졌다. 장애물 구성은 달리기, 매달리기, 통과하기, 구르기, 균형잡기, 도약하기 등 파쿠르의 다양한 움직임 영역들이 고르게 분포되었다. 누가 가장 빨리 목표지점까지 가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숫자로 결과가 나와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형식의 대회였다.  이어서 체이스태그 경기가 시작됐다. 영국에서 시작된 'World Chase Tag'를 모방한 대회였으나 기존 3인1조의 팀구성이 아닌 개인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서로 술래 역할을 바꾸어 총 2회 대결을 하며, 추적자 역할에서는 시간내에 도망자를 잡거나, 도망자 역할에서는 시간내에 잡히지 않으면 점수를 획득한다. 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도망자와 추적자 간에 민첩성, 순발력과 재빠른 판단능력, 전략이 매우 중요했다. 주어진 공간 안에서 서로 쫒기고 쫒기는 스릴 넘치는 경기였다.


마지막은 프리스타일 대회가 열렸다. 평가 기준은 기술 난이도, 움직임 연계 및 흐름, 창의성(신기술 등), 숙련도(자세 안정성, 착지 등)였다. 시작 지점은 선수들마다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고, 시간제한은 3분이었으나, 파쿠르가 워낙 체력소모가 심한 운동이다 보니 대부분 30초 안에 안무가 끝났다. 프리스타일 코스에 참여한 키즈(7~10세 아동) 선수들은 성인 선수보다 놀라운 기량을 선보여 엄청난 환호와 새로운 움직임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어서 성인 선수들의 온갖 화려한 묘기와 고난도 공중기들이 선보여졌으나 첫날부터 심각한 부상이 발생했다. 옆돌기 사이드플립(Cartwheel side flip)을 하다가 콘크리크 바닥에 등으로 떨어진 선수는 갑자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쇼크상태를 일으켜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분명 척추에 큰 충격이 가해져 중추신경계 손상이 간 것이다. 곧이어서 다음 선수는 높은 곳에서 풀 트위스트(Full twist)를 하다가 과회전으로 인해 착지와 동시에 발목이 돌아갔다. 이외에도 첫날 이루어진 프리스타일 대회에서 발목 부상은 흔하게 발생했다. 


두번째 날, 프리스타일 대회에서는 한 선수가 높은 곳에서 더블 사이드 플립(공중 2회전)을 선보였는데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와 기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무릎으로 착지하고 말았다. 무릎을 부여잡고 괴로워하자 관중들이 순간적으로 정적했다. 그는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절뚝거리며 퇴장했다. 어떤 선수는 거대한 러닝 암 점프(Running Arm jump)를 성공한 뒤 자신있게 자신의 안무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무대에서 퇴장한 뒤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어깨 높이가 양쪽이 서로 달랐다. 어깨가 탈골된 것이다. 


어떤 선수는 웹스터(Webster)를 연속으로 한 뒤 자신있게 안무를 끝냈다. 그러나 퇴장할 때 절뚝거리며 걸어들어갔는데 관찰해보니 발목이 뒤틀려있었다. 또 다른 선수는 높은 곳에서 더블 콕스크루(Double corkscrew)를 선보이다가 발목을 다쳤다. 이틀 동안 프리스타일 코스 참가 선수 중 50%가 최소한 발목염좌 이상의 부상이 발생했다.  


이것은 현대판 글레디에이터다. 선수들은 무대 위에서 소비되고, 관중들은 시각적인 쾌락에 환호한다. 선수들은 관중들의 호응과 자신의 명성을 위해 더 무모한 도전으로 몸을 내던진다. 심한 부상이 발생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자신은 남들이 할 수 없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에 충분히 영웅적이다. 마치 카렌 암스트롱이 저술한 <축의 시대>에 서술되어있는 기원전 8세기경 고대 그리스인들의 자기중심주의 - 영웅시대편이 현대에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당시 그리스인들은 명성이야말로 영원성을 지닌 진리였으며, 전사들은 전쟁터에서 명성을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고대의 명성을 현대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대신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높은 위험성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지속되고,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이 현상을 보고 섣불리 '옳다 혹은 잘못됐다'는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그 사람들의 생각, 시선의 차이를 보았다. 이들은 큰 실패, 쓰라린 부상과 고통이 있더라도 무모한 도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간의 잠재적 가능성을 더 높은 가치로 두고 있었다. 잠재적 가능성이란 이전의 사례가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어느누구도 해본적이 없는 무(無)의 상태, 모호한 영역이다. 그래서 대비할 만한 수단도, 경험도, 예상할 수도 없다.  


프리스타일 코스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놀라운 묘기들이 선보여지고 인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위험성이 높고, 지속가능성 면에서 보았을 때, 한계가 보인다.  그렇다면 왜 프리스타일 코스가 다른 대회형식보다 더 위험하고 부상이 많을까?  


목표의 차이 : 스피드코스는 장애물을 빠르게 극복하는 것이 목표이고, 체이스태그는 상대방을 빠르게 잡는것이 목표다. 반면에 프리스타일코스는 자신의 움직임을 최대한 '화려하게 표현'하는 것이 목표다. 부가설명을 하자면, 스피드코스와 체이스태그는 선수가 구체적인 목표물에 집중해야 하지만 프리스타일 코스는 변화무쌍한 '표현'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신의 에고(Ego)가 높은 수준으로 수련되어 있지 않으면, 자기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 관중들의 반응에 집착하기 쉽다. 즉, 남들에게 더욱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자신의 수준을 망각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대회에서 선수에게 집중되는 대중들의 환호와 기대, 시선의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위대한 선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외부에 시선을 두거나, 타인과 경쟁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자신의 내면의 장애물과 투쟁할 뿐이다.  

움직임의 난이도 : 스피드코스나 체이스태그는 목표물을 향해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동작이 매우 간결하고 단순해야만 한다. 때문에 움직임의 난이도도 프리스타일 대회에 비해 매우 쉽고 간단하다. 예를들어 스피드코스, 체이스태그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가장 중요한 기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달리기'다. 그에 반해 프리스타일은 온갖 고난도 공중회전, 아크로바틱, 트릭킹 기술들이 필요하며 심지어 푹신푹신한 매트리스도 아닌 거친 장애물들을 활용해야 한다. 프리스타일에는 연습이 없다. 연습하는 순간 다치는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이다.  

선수의 수준 : 스피드코스, 체이스태그의 경우 효율적인 이동기술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파쿠르 수련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파쿠르의 실용성을 훈련하는 방식은 1990년대 초부터 이어져온 가장 오래된 방식이고, 그에 따라 10년 혹은 그 이상 수련한 숙련자들이 많다. 쉽게 말해 올드스쿨(Old school, 고인물)이 많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런 스타일을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고, 당연히 흥미를 가지기 쉽지 않다.  반면에 프리스타일은 아무리 길게 잡아봐야 2002년 영국의 3Run 팀의 영향력과 2004년 점프 런던 다큐멘터리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프리스타일 대회의 원조격인 레드불 아트오브모션(Art of motion)도 2013년에 시작됐다. 프리스타일은 매우 쿨(?)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많은 움직임 스타일이다. 특히 파쿠르 입문자들의 90%는 유튜브나 미디어 속 화려한 프리스타일 움직임에 반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자신은 경험과 파쿠르의 기초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프리스타일 움직임이다. 그러나 프리스타일의 실제 난이도는 매우 높으니 당연히 다칠 위험이 높을 수 밖이 없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프리스타일 대회에는 짧게는 2년, 평균 4년 정도의 수련자들이 참여했다. 기본적인 착지나 낙법, 파쿠르의 기초 이동기술이 아직 숙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고난도 공중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부상이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결론적으로, 프리스타일 코스는 대회와 선수들, 관련 인프라가 성숙될 때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커뮤니티 발전에 있어서 대회가 제공하는 이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국제 체조 연맹에 의해 파쿠르가 기계체조 종목으로 편입된 이상 스포츠로서의 파쿠르 역사의 흐름은 시작됐다. 이제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얻을 수 있었던 고유한 파쿠르의 신체적, 정신적 혜택들은 예술 분야, 교육 분야 혹은 길거리 커뮤니티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대회와 경쟁으로 파쿠르도 그저 여러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편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지만, 파쿠르 그 자체는 태연하게 아무 말 없이 있는 그대로 있을 뿐이다. 단지 찾아오는 손님들에 의해,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 의해 덧대여질 뿐이다. 교육으로서의 파쿠르, 동호인들의 파쿠르, 스포츠로서의 파쿠르, 예술로서의 파쿠르, 미디어로서의 파쿠르는 각각의 붓을 들어 파쿠르에 색깔을 칠한다. 그만큼 파쿠르에는 무한한 잠재성과 자유로움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새로운 붓을 들어 새로운 색깔로 덧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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