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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운동하기 불편하지만 괜찮아.

시냇물 소리가 있으니까요.

by 화이트

시골의 도로에는 따로 인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걷기에 상당히 위험하다. 산길이 있긴 하지만 멧돼지나 들개들이 나타날 위험이 있어서 혼자 걷기가 무섭고 호신용 막대기 정도는 있어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히려 도시에 산책로와 공원이 잘 정비되어 있고 밤에도 활발하게 다닐 수 있어서 운동을 하기에 유리하다.


시골은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아무도 나다니질 않기 때문에 고립무원이 된다. 밤 운동은 생각할 수 없고 집안에 틀어박혀 티브이나 보는 수밖에 없다. 운동을 하기 시작한 몇 달 전에는 이런 불편함 때문에 시골집에 오는 것이 좀 꺼려졌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 했기에 동네 길 중에서도 한산한 길을 찾아 아침과 점심 식후에 걷고 깜깜한 저녁엔 어쩔 수 없이 집 앞의 짧은 도로를 열 번쯤 왕복하는 수밖에 없다.


가로등과 집 앞뒤의 전등을 환하게 밝히고 걷는데 뒷집의 개들이 짖어대어 그것도 힘들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는 동네의 절인 상원사 가는 산길을 택하여 걸었는데 산이 높으니 골이 깊어 계곡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음악 삼아 나무 그늘을 지나며 걷는 맛은 상쾌했다. 시골은 운동하기가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맑은 공기와 시냇물 소리가 있는 이상, 도시와 비교해서 불평하는 건 그만둬야겠다.


계곡을 끼고 걷는 시골 산길


해가 뜨거운 낮엔 그늘진 산책로를 찾기가 어려워서 (서울의 아파트에는 실내 자전거가 있어서 점심 후 운동은 주로 이걸로 한다.) 집안에서 스쿼트를 하거나 바깥 데크를 스텝퍼 삼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곤 한다. 이렇게 운동에 진심인 적은 난생처음이지만 이제는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어 가는 일이 즐거워졌다. 요가와 점핑을 몇 달하면서 근력을 키운 후 지금은 야간 달리기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지금은 오래 달릴 순 없지만 조금씩 거리와 시간을 늘리고 있으니 운동하기 좋은 가을에 꾸준히 달려야 한다. 시골 마을에서는 아무도 달리지 않기 때문에 서울에서만 뛴다. 깜깜한 밤에 달릴 수 있는 시골길은 없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꽃이 피는 봄 다음으로 좋은 가을이 왔다. 과꽃이 붉게 피고 사과가 익어가는 멋진 날씨라서 시골에서 보내는 연휴가 즐겁다.


아침 산책 후 산길에 있는 동네 카페에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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