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대한 잔소리가 조금, 아니 많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엄마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냐고요?
엄마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인생에서 이렇게 심각하게 방황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내가 없어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럴수록 다이어리를 더 가까이했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케터, 홍보 일을 해오던 엄마는 아이를 낳고 나만의 브랜드를 가져보고 싶다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구글 캠퍼스에서 Campus for Moms라는 엄마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내 사업 기획안을 보완하고, 사업자를 내고, 로고도 만들고, 홈페이지도 오픈하며 1년간 운영합니다. 그리고 폐업했어요.
홍보 업무를 하면서 회사에 대한 글은 많이 썼지만 내 글은 써본 적이 없다는 아쉬움을, 당시 이제 막 시작하던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마침 스타트업을 시작해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있던 친구가 인터뷰 에디터를 제안합니다. 스타트업을 조금이라도 해봤고 글도 쓰니, 스타트업 CEO들과 투자자들 인터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죠. 이 경험을 계기로 여러 매체에서 몇 년간 객원 에디터로 일하게 됩니다.
책 쓰는 작가의 꿈은 셀 수 없이 반려를 받는 투고 결과에 좌절하며 사라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큰 힘이 되어주는 멋진 출판사를 만나 에세이 책 한 권이 세상에 선보이게 됩니다. 책이 출간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덕분에 최근까지 몇 번의 방송 출연 기회도 있었죠.
웹소설도 썼어요. 틈날 때마다 웹소설 읽기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너도 한 번 써봐."라고 한마디 던진 것이 가슴에 확 꽂혔거든요. 필명으로 웹소설을 썼고 투고로 지금까지 두 편의 웹소설을 냈습니다.
지금까지 목표가 여러 번 바뀌었어요. 앞으로도 바뀔 거예요. 확실한 건 계획표와 다이어리가 모든 목표들과 함께했다는 것이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거예요.
계획을 세운다고 뭐가 되지는 않았어요. 거창한 성공 따위는 없었어요.
그런데 계획은 뭐가 되든 되지 않든 나를 계속 움직이게 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꾸준히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성공보다는 나를 사랑하고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과 더 관련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수정해 가고, 나를 알아가고, 용기를 내고, 그러면서 또 내 목표가 바뀌고 하면서 계속 나를 더 알아가는 여정을 이어가는 중인 것입니다.
계획을 세운다고 뭐가 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계획을 세우고 나아가려고 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