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중독자라고 하지만, 계획표 쓰기를 중단한 때도 있었습니다.
계획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시절.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래서 내가 꿈꾸던 드라마 엔딩 장면이 조만간 나에게 펼쳐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순간은 다가올 낌새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기운이 빠졌습니다. 의욕도 없어지고, 계획을 세우고 지켰다고 표시해 온 계획표들이 다 어린아이들 장난감처럼 하찮게 여겨졌어요. 그동안 내가 쫓던 것은 목표가 아닌 허황된 이미지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계획표도 다이어리도 쳐다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동안 내가 정성을 들였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는 기록들이었으니까요. 계획들이 내 열정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만 같았습니다.
계획 없이 지내는 시간은, 처음에는 마치 휴가를 떠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침을 시작하면서 오늘의 to do list를 확인하는 시간과 잠들기 전 오늘 어떻게 살았는지를 리뷰하던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어차피 해 봤자 별것 없던 계획에서 해방되니 시간도 훨씬 여유로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곧 찜찜해졌습니다. 원래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던 성격이어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했어요.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만의 역할이 있는 이상, 계획표가 없다고 허공에 시간을 날리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계획표가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마음이 시원하지 않았어요. 계획에 얽매이지 않아서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계획표가 없어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계획의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도 스트레스, 계획표가 없어도 스트레스라니.
여전히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 구석으로 밀어 두었던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습니다. 그리고 솟구치는 짜증을 겨우 눌러가며 고민해 봤습니다. 뭔가를 알아내겠다며 고심 끝에 찾아낸 된 것은 ‘성공’과 ‘성장’이라는 단어입니다.
지나치게 ‘성공’이라는 목표를 바라보고 계획을 작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은 매력적인 단어입니다. 모두가 성공을 꿈꾸죠. 누구나 열심히 노력했다면 성공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성공에는 ‘겉멋’이 들어간 느낌이에요. 조금은 보여주기식이랄까. 성공에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꼭 필요하기에, 나만 알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으스댈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성공을 목표로 둔다면, 단기적으로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만 커져서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얼마나 지금이 불만족스럽겠어요.
그래서 계획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을 목표로 두어야 합니다.
어제보다 나아지고, 작년보다 발전한 것에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는 계획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성장을 그리며 계획을 세운다면 스트레스받을 일도 훨씬 줄어들고, 내가 작성한 계획표에 배신감을 느낄 일도 없어요.
잘 생각해 보면, 어제보다 성장한 모습도 곧 성공이랍니다.
! 곁에 두고 있는 계획표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요? 잠시 계획표 쓰기를 멈춰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을 목표로 계획을 세웠는지 다시 한번 체크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