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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Feb 17. 2021

커피를 아무리 많이 마셔도 푹 잘 수 있는 이유는

커피와 심장마비, 고혈압의 상관관계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커피를 하루에 5~7잔을 마시고도 잠을 잘 자는 사람과 1~2잔을 마셔도 숙면이 쉽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중독된 것을 자랑스러워할 정도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반면, 어떤 사람은 커피를 많이 마시지 못한다. 이런 선호도가 꼭 그 사람의 결심에 의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DNA의 영향이 크다. 커피 섭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유형의 유전자의 이름은 TAS2R38이다.


쓴맛을 견디지 못하는 초미각자는 맛이 강한 커피를 견디지 못해서 설탕이나 크림을 많이 넣어 쓴맛을 누그러뜨려야 커피를 마실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TAS2R38 돌연변이만으로는 사람을 커피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카페인이 사람마다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커피 선호도는 맛봉오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커피를 물 마시듯 퍼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기고, 어떤 사람은 한 잔만 마셔도 신경이 과민해지는 이유를 CYP1A2라는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CYP1A2는 간에 들어있는 사이토크롬이라는 효소를 암호화하고 있다. 이 효소는 특히 카페인을 대사하는 작용을 한다. 모든 사람의 CYP1A2 사이토크롬이 똑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15분에서 30분 만에 그 효과를 느낀다. 그리고 카페인의 반감기는 6시간 정도다.


반감기란 우리 몸이 섭취한 카페인 양을 절반 정도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저녁 6시 식사 시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다. 그랬다가는 밤이 깊어져 눈을 붙여 보려 할 때도 여전히 절반 정도의 카페인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당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침 식사 후, 점심 식사 후 각각 1번씩 커피를 마신다. 예전에는 저녁에도 커피를 마신 적이 있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점심때까지만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몸이 카페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CYP1A2*1F로 명명된 특정 변이를 가진 사람은 카페인 대사가 느리다. 이들의 CYP1A2 효소는 게으른 구석이 있어서 카페인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페인이 더 오래 체내에서 활성화된 상태로 남아있다. 이러면 카페인의 자극 효과를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혈압도 높인다. 심지어 일부 연구에서는 카페인 대사가 느린 사람이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심장마비와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고 나왔다.


아는 사람 중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이는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 성분이 CYP1A2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이것이 다시 커피의 카페인을 더 빠른 속도로 대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카페인 처리 능력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수행능력에 불평등이 생기기도 한다. 2012년에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 대사가 느린 사람은 커피를 마신 후 실내용 자전거 경주에서 시간이 1분밖에 단축되지 않은 반면, 카페인 대사가 빠른 사람은 4분이나 단축되었다. 그렇다면 올림픽에서 커피나 다른 카페인 음료와 섭취도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커피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이야기를 접하기 전에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그저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DNA의 영향에 따라 커피 섭취량이 달라진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커피를 마시고도 잠을 잘 자는 사람은 카페인의 반감기가 짧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커피가 좋아져서 자주 마시고 있는데 이를 잘 알고 마시면 건강에도, 숙면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위장관 세균이 카페인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 우유가 모든 사람에게 좋지는 않은 이유, 당신이 비싼 와인을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당신이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유, 당신이 설탕에 사족을 못 쓰는 이유, 당신이 정크푸드를 좋아하는 이유에 관한 답을 제시해 준다. 자신의 입맛이 왜 매운맛을 좋아하는 것인지, 단맛을 좋아하는지에 관한 답을 찾고 싶다면 해당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Why'에 대한 답을 찾으면 앞으로 무엇을 더 많이 먹고, 덜먹을지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참고 도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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