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이슬비가 내리는 새벽녘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다.
촉촉한 이슬비가 내리는 새벽녘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다.
별빛조차 자취를 감추고 저 멀리 금성만이 반짝일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리운 이는 떠오르지 않았다.
너 역시 그렇게 나의 곁을 떠나갔다.
나 또한 모두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너와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실 땐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거리를 걸을 때 나눈 대화는
일상의 대화였고
목적 없이 거닐던 종로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그런 길이었다.
하지만 혼자 먹는 저녁 식사와 커피가
자연스러워진 지금
난 널 그리워하고 있다.
너와 거닐며 나눈 대화는 사랑의 대화였고
종로는 우리의 보금자리였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종로를 홀로 거니는 날엔
눈물이 나와 우산을 쓸 수가 없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저 멀리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잿빛으로 출렁이는 바다가
제 색을 찾아 반짝반짝 출렁이고 있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나의 그리움이
네가 있는 곳의
포플러수 낙엽과 함께 네게로 전해 질 것만 같다.
그 낙엽을 밟으며
나와의 추억에 잠길 널 그리며
힘없는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억겁의 수렁 속의 너의 모습처럼
나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는
너와의 수많은 대화가
지금 날 그리움 짓게 하고 있다.
둘이 함께 거닐 때 단 한 번도
손을 잡아 주지 않은 날
촉촉한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나의 팔에 감긴 너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는 말을
지금껏 못 해준 게 아쉽다.
네가 살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찰 때가 있었다.
나의 모든 걸 너의 미소와 바꾸고 싶을 때가 기억난다.
네가 떠나 버린 이곳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망각하게 하였고
네가 없는 종로 거리엔 너와의 추억만 가득 차 있다.
너만을 위해 살고
너만을 사랑하겠다던 나의 다짐도
이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내 자신을 수 없이 질타했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엔 또 다른 연인이 너의 빈자리를
채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