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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Oct 12. 2016

너의 빈자리

촉촉한 이슬비가 내리는 새벽녘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다.

그리움Ⅰ

촉촉한 이슬비가 내리는 새벽녘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다.

별빛조차 자취를 감추고 저 멀리 금성만이 반짝일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리운 이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움Ⅱ

너 역시 그렇게 나의 곁을 떠나갔다.

나 또한 모두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너와 저녁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실 땐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거리를 걸을 때 나눈 대화는

일상의 대화였고

목적 없이 거닐던 종로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그런 길이었다.


하지만 혼자 먹는 저녁 식사와 커피가

자연스러워진 지금

난 널 그리워하고 있다.


너와 거닐며 나눈 대화는 사랑의 대화였고

종로는 우리의 보금자리였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종로를 홀로 거니는 날엔

눈물이 나와 우산을 쓸 수가 없다



그리움Ⅲ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저 멀리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잿빛으로 출렁이는 바다가

제 색을 찾아 반짝반짝 출렁이고 있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나의 그리움이

네가 있는 곳의

포플러수 낙엽과 함께 네게로 전해 질 것만 같다.


그 낙엽을 밟으며

나와의 추억에 잠길 널 그리며

힘없는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너

억겁의 수렁 속의 너의 모습처럼

나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는

너와의 수많은 대화가

지금 날 그리움 짓게 하고 있다.


둘이 함께 거닐 때 단 한 번도

손을 잡아 주지 않은 날


촉촉한 비가 내리던 어느 날

나의 팔에 감긴 너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는 말을

지금껏 못 해준 게 아쉽다.



너의 빈자리

네가 살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찰 때가 있었다.


나의 모든 걸 너의 미소와 바꾸고 싶을 때가 기억난다.


네가 떠나 버린 이곳은 나에게 삶의 의미를 망각하게 하였고

네가 없는 종로 거리엔 너와의 추억만 가득 차 있다.


너만을 위해 살고

너만을 사랑하겠다던 나의 다짐도

이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러한 내 자신을 수 없이 질타했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엔 또 다른 연인이 너의 빈자리를

채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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