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린 단지 미래를 꿈꾼 것이다.
내 기억 속의 너에게 편지를 쓰는 날엔
언제나 비가 내린다.
보내지 못할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공허한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었고
그런 날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지금도 보내지 않을 편지지에
너와 함께 했던 나날을 적어 가고 있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너와의 기억과 촉감을
너 역시 간직하고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나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버린 너에게서 편지가 왔다.
봉투 위의 너의 이름을 보았을 때
가슴 한구석에 묻혀 있던 너와의 시간이
물밀듯이 밀려와 날 옛 추억으로 이끌고 있다.
우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젊음이 있었다.
어떠한 현실도 우리를 막을 수 없었고
그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우린 우리의 꿈이 미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가 현실이 되어 버린 지금
우리의 꿈은 사라져 버렸다.
사랑의 대화도 없고
아름다운 사랑도 없다.
그때
우린 단지
미래를 꿈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