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없는 자의 슬픈 선택은기다림 이었다.
용기 없는 자의 슬픈 선택은
기다림 이었다.
내겐 네 사랑의 확신이 필요했는데
난 네게서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내 선택은 기다림 이었고
그 곁엔 방황만이 존재했다.
한 잔의 술로 용기를 얻어
네게 전화를 하지만
난 너의 사랑을 확인할 수 없었고
너 또한 나의 사랑을 한낱
술주정으로 받아 버렸다.
난 단지 너의 안부에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용기 없는 자의 슬픈 선택은
기다림 이었고
그 끝엔 절망만이 존재했다.
우정인지 알고 차곡차곡 쌓아 놓은
너와의 시간을 다시 되뇌려
조그마한 주점에서
한 장씩 두 장씩 되뇌다
우리의 우정이 사랑인걸 알아 버려
내 모든 궁금증이 풀어져 버렸다.
그동안 서운했던
그동안 네게 화가 나 있었던
모든 것을 술잔에 담아 삼켜 버린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그봉인이 지금 풀어져 버렸다.
내 변명일지는 몰라도
널 위해
날 위해
너의 곁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
내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너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동안 눈이 멀어
내 자신의 실체를 보지 못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너의 내리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았다.
모든 건
내가 날 보지 못해 생긴 오만과 이기심 때문이었고
언제나 한결 같이 있어줄 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이제 널 보내 주려 한다.
널 사랑해 주고
네가 내게 했던 그 사랑을 조금 이나마 해줄 수 있는
널 사랑하는 이에게 웃으며 널 보내주고 싶다.
이것이 내가 널 위해 할 수 있는
첨 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미안하다.
이보다 더 좋은 사랑을 네게 해줄 수 없어서.
술에 취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그녀만이 진실을 알고 있는데
그녀는 더 이상 나의 말 상대가 되어 주지 않았다.
오늘도 제물포 역 어디에선가 거짓을 한가득 얼굴에 품고 미소 지으며
나의 왜곡된 모습이 진실 인양
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친구들에게 강요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역겹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를 법한 진실을 애써 알고 있는 듯 포효하며
얼굴을 상기시키고 있지만
나 역시 그것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한숨만 나왔다.
혹여라도 알고 있는 이가 있진 않을까.
나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를 미소 지으며 바라보지만
모두가 알아들을 수 없는 포효일 뿐
내게 들리는 건 세상에 대한 독설밖에 없었다.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고 말했던 내가 기억나니
그땐 영원할 수밖에 없는 사랑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영원할 수 없는 사랑까지 알아 버려
내 사랑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넌 그때 이미 알고 있었지
영원할 수 없는 사랑을
내가 인정하길 거부했던 그런 사랑을
하지만 넌 내게서
영원할 수밖에 없는 사랑을 배웠다 말했고
지금 우린 서로 다른 두 사랑을 모두 알고 있는데
왜 난 슬프고 넌 행복해하는 걸까.
그나마 걱정되지 않는 건
나도 곧 너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너의 빛나던 눈동자를 보고 싶다.
붉은 하늘에 피어나는
어두움을 볼 때면
내 맘속에 피어나는
또 다른 사랑 때문에
난 늘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지만 영원토록 혼자일 수밖에 없는
외로움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나마 내게 속삭이듯 미소 지어주는
너의 눈빛을 보며
내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는데
내게도
단 하나의 기쁨이 있었는데
넌 이제 더 이상 날 바라봐 주지 않았다.
난 너의 눈빛조차 볼 수 없는
이 어둠의 공간에서 홀로 남게 되었다.
지금 난
너의 빛나던 눈동자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