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색을 섞으면 더욱 깊은 색이 된다는 걸 말 야.
넌 아직 그걸 모르는 거야
두 색을 섞으면 탁해진다고
우리의 색이 섞이면 탁해 지진 않을까
서로의 색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걱정하는 넌 아직 그걸 모르는 거야
.
두 색을 섞으면 더욱 깊은 색이 된다는 걸
두 색을 섞으면 비로소 하나의 색이 된다는 걸 말 야.
우린 우리의 색을 섞어
더욱 깊은 색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넌 아직 그걸 모르는 거야.
두 색을 섞을 때 나타나는 색 줄기처럼
혼란스러운 지금
분명한 건
그것들은 곧 없어진다는 것이고
분명한 건
하나의 색이 완성된다는 거야.
그 색이 무슨 색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건 우리에게 중요치 않아.
우리의 믿음은
그 색을 분명 아름답게 만들 거라는 거야.
두 색을 섞으면 탁해진다고
우리의 색이 섞이면 탁해 지진 않을까.
서로의 색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걱정하는 넌 아직 그걸 모르는 거야.
분명한 건
분명한 건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
그거면 충분한 거야.
사랑해.
지금껏 애써 맞추려던
내 모든 것이 흩어져 버렸는데
난 그걸 애써 다시 짜 맞추려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난
내 눈 앞의 모든 것을 짜 맞추어
그 실체를 보려 했는데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내 사랑을 짜 맞추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지 않겠지만
사랑이란 언제나 내게 다가올 수 있도록
내 주위에 항상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며
늘 내 곁에 있어주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뭉쳐 있기도
지금처럼 형체 없이 흩어져 있기도 하면서
늘 내 곁에 있어주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난 단지
그 사랑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내 영혼이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그냥 갓 태어난 아기의 눈동자처럼 맑고 싶은
내 순수를 간직하며 내 영혼이 순수 속에서 노닐 수 있도록
이 모든 걸 주고 싶은
네 곁에 반드시 내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널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랑일 것이다.
사랑한다.
나의 소중한 이여.
지금까지 내 곁에 머물러 있어준 내 연인.
내게 여자로 다가왔던 영등포 술집 창가에서부터
내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날
잠시
아주 잠시 머물다간 너였었는데
그 느낌은
6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짧은 단발머리를 가지런히 내린 그 모습도
첫인사를 건네던 네 목소리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내 기억의 자리에 각인되었다.
다른 기억이 그 자리에 수십 번 겹쳐 버린다 해도
그날의 네 모습은
내 가슴속 아련한 흔적이 되어
나와 함께 영원히 존재할 것 만 같다.
하나씩 둘씩 너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날 거울 속에 비추어 볼 때마다
난 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커피에 네가 넣고 남긴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것이
내 입맛에 맞았을 때
그때부터
난 사랑을 느꼈고
내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보아주는 네가 있었기에
난 순수를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게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