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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Dec 22. 2016

내가 널 사랑하기에

정신이 몽롱해질수록 너의 모습은 선명해져 가는데

나만의 이유


난 네 곁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우리의 만남이 예전처럼

편안하지 못하겠지만

난 널 떠날 수 없었다.


이제 난

내 곁에 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만족해하며 행복하다 느껴야 한다.


내가 널 사랑하기에

널 구속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널 사랑하기에

내 자신을 구속할 수 있었다.



절망Ⅰ


시간이 자꾸만 자꾸만

앞으로 흘러간다.


그 앞엔 분명 길이를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있는데

시간은 멈출 줄 몰랐고


난 그 속에서 허우적대며

물길을 가르려고 하지만

처음부터 내겐 벅찬 일이었다.


나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면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수밖에

그러면 더 이상의 슬픔도

더 이상의 아픔도, 그리움도 사라지겠지.



마지막 내 모습


이것이 나의 마지막 모습인가.


술의 노예가 되어

옛 추억을 그리워하며

쓴웃음과 노여움으로

얼룩진 나의 모습이 처량하여

다시 한잔의 술을 마신다.


초췌해 보이는 거울 속 나의 모습을

초점 없는 눈동자로 노려보며


역겨운 나의 모습에

구역질을 해댄다.


정신이 몽롱해질수록

너의 모습은 선명해져 가는데


난 너의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너와의 이별을 망각하게 되어

흐뭇한 미소를 띄운다.


아침이 되어

정신을 가다듬고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려 하지만

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너의 모습을 떠올리려 해도

떠올릴 수 없다.




눈이 내린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시기한 양


그것들을 죄다 덮어 버리고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며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운 눈보다

눈으로 인해 하얀 옷을 입어 버린

시청 앞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아름답다 했고

눈 덮인 겨울 산이 아름답다 했다.


단지

사람들은

동네 아이들이 만든 입 없는 눈사람을

힐끗힐끗 쳐다 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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