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영혼은 이슬보다 깨끗했고 너의 모습은 천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랑과 우정 사이엔
너와 나의 모습이 존재했다.
우정인 줄 알고 다가서면
사랑이 되어 버리고
사랑인 줄 알고 다가서면
우정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첫 키스를 하던
종로의 한 선술집에선
이성으로써 널 사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로 인해
기쁨 아닌 기쁨 속에서
난 혼란에 빠져 있다.
난 널 천사로 만들고 싶었다.
너의 영혼은 이슬보다 깨끗했고
너의 모습은 천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난 네게 날개를 달아 줄 필요를 느꼈고
난 내 영혼을 담보로 네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하지만 날개를 단
완벽한 천사가 되어 버린 넌 행복해하지 않았다.
언제나 내 영혼의 곁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
안절부절못하기만 할 뿐
더 이상 다가오지도 멀리 떠나 버리지도 않았다.
하얀 눈이 내리는 어느 날 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난 예전부터 이걸 원했었는지도 모른다
안녕 나의 천사여.
무스기 없는
생머리를 나풀거리며
흰 면티에 흰 남방 청바지를 입고 있던
한 남학생의 눈에 비친
캠퍼스는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캠퍼스엔 낭만이 있었고
왠지 모를 기쁨이 있었던
언덕 위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바다 빛이었고
그 사이에 한줄기 햇살이
그의 눈을 찡그리게 했다.
이것이 너를 본 그해 초여름의
나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