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노을이 되어 너의 영혼과 입 맞추고 싶었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되어
너의 온몸을 감싸 안고
따뜻한 오후의 실바람이 되어
너의 미소를 머금고
맑은 하늘의 한 조각구름이 되어
너와 시선을 마주치고
늦가을의 노을이 되어
너의 영혼과 입 맞추고 싶었다.
너의 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되고 싶었다.
떨어지는 낙엽이 되어
생명을 끝내더라도
너의 촉촉한 눈동자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찬바람에 나부끼어
온몸이 사그라질 때까지
바닥을 굴러 너의 발 밑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너의 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되고 싶다.
그로 인해 행복의 미소를 너와 나누고 싶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충동이
날 사로잡고 있을 때였다.
언젠가부터
커피 전문점에서의 약속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난 대학생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
너와 술잔을 기울이며
행복해하던 그때
난 어른이 된 줄 알았고
널 사랑한다 느꼈을 땐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나였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유쾌한 것만을
기억하고 느끼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내게 등진 네 모습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내 사랑을 위로해 주는
너의 모습 속에서
난 네게 사랑을 느껴 버렸는데
사랑이 되어 버린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내겐 없었다.
사랑의 대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지금의 사랑을 인정할 수 없었다.
반복되는 슬픔 속에서
너의 모습을 그리기엔
우리의 우정은
가을 하늘처럼 높고
겨울 바다처럼 깊었는데
섣부른 욕망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저버릴 순 없었다.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
다시 예전처럼 널 느끼며 사랑할 수 있다면
난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이다.
나의 사랑마저도
안녕 나의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