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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을 거부합니다. (2)

라뗴는 이제 그만.

by 정원가 김정두

서울 모 재개발 단지에서 나는 처음으로 톱사로서 일을 하게 됐다. 경험이 없던 나는 수고가 높은 나무를 벨 수 없었고 사수 톱사가 나무를 베면 넘어진 나무 나뭇가지를 자르고 줄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임무를 받았다.


현장에 도착한 나는 여름날의 무더위로 인한 땀인지 긴장으로 인한 땀인지 구별이 어려웠다.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제거할 나무를 살펴봤다. 고개가 넘어갈 정도로 높은 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수는 엔진톱 시동을 켜고 성큼성큼 나무로 다가가더니 순식간에 한 그루를 베었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엔진톱에 시동을 걸고 나뭇가지를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쿵쿵쿵 울리는 엔진소리와 손끝에 전달되는 진동은 내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나는 심장박동수가 느껴질 정도로 신경이 곤두섰으며 몰입은 최고조로 달했다. 피곤함 대신 빠른 혈액순환으로 개운함이 느껴졌다.

나무 줄기를 일정한 크기로 잘랐다.


쓰러진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나뭇가지를 잘라냈다. 얽힌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데 엔진톱이 꺼졌다. 나는 엔진톱 확인을 위해 잠시 보도로 나왔다. 엔진톱 톱날엔 섬유가 붙어있었다. 나는 이 섬유가 어디서 나온 건지 주변을 살폈다. 그 섬유는 내 안전바지에서 나온 것이였다. 시동이 켜지고 톱날이 회전하는 상태로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내 무릎을 긁고 멈췄다.

회전하는 엔진톱 톱날에 보호바지가 긁혔다.

안전 바지를 입지 않았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엔진톱은 날카로운 톱날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물체를 쉽게 자르는 도구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면 이처럼 편리한 도구가 없다. 하지만, 잘못된 톱날 연마와 킥백(Kickback) 현상 그리고 체인 브레이크 미사용 등으로 인한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2020년 소비자원에서 발표한 기계톱 안전사고는 189건으로 지난해 대비 89건이 더 늘었다. 부상 부위는 '팔 및 손', '둔부, 다리 및 발', '머리 및 얼굴' 등으로 조사됐다. 부상 유형으로는 '찢어짐'이 대부분이다.


엔진톱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설령 다친 몸을 회복하더라도 후유증이 생긴다. 주변으로부터 들리는 사고 중 대부분 원인은 안전복 미착용이다. 속상한 마음으로 걱정 한 가득 안고 부상당한 분에게 전화를 건네면 대화의 마지막은 안전복을 착용하지 않은 후회 뿐이였다.


"정두 씨는 날 덥다고 (안전)바지 벗지 말고, 안전화 꼭 신고 일해요."


"내가 엔진톱 사용을 몇 년 했는데."

"사고 날 짬밥은 지났지?"

"불편해서 (안전장구류) 못 써."

"다 이렇게 하는 거야"


그놈의 '경력''원래' 타령. 만약 내가 두 단어의 실체를 볼 수 있다면 잡어다가 어디 외딴곳에 묶어두고 싶다. 그만 사람들 곁에서 떠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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