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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Jul 25. 2023

인센스(Incense) - 향나무

향이 솔솔

최근 인센스 스틱(Incense stick)이 유행했었다. 내가 사랑하는 키키도 인센스를 집에서 자주 이용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은은한 향기가 나를 감싸 안았고 금세 마음이 평안해졌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향인지 물었고 그녀는 향로에 꽂힌 인센스 스틱을 가리켰다. 나는 멍하니 인센스 스틱에서 피어오르는 '향나무'가 떠올랐다.

인센스 스틱(Incense stick)

향나무

얼마나 좋은 향을 내뿜길래 이름이 향나무일까. 우리나라 사람은 모두 이 향을 맡아본 적이 있다. 종교활동을 하거나, 집안 제사를 지내거나 혹은 장례식장을 갔을 때 맡을 수 있는 향으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향이다.


향이 가진 역사는 깊고 깊다. 인도와 같이 더운 지방에 서 습기로 인해 발생하는 벌레와 악취를 쫓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지만 정신을 진정시켜 주는 효과로 인해 차츰 종교 의식과 의례 활동에 널리 사용되었다. 성경 시편에도 향이 나온다.


시편 141장 2절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분향함과 같이 되며 나의 손 드는 것이 저녁 지사 같이 되게 하소서’


우리나라는 불교가 전파되면서 향도 같이 사용되었는데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양나라에서 의복류와 향물을 보내어왔는데 군신이 그 이름과 쓰는 법을 몰라, 묵호자가 이를 향이라 하였고, 또 이를 불에 사르면 향기가 몹시 풍겨 신성에 정성이 통한다고 하였다. - 향(香),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또한, 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국립현충원 참배' 장면을 볼 수 있다. 대표자가 무언가 한 줌 집어 향로에 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건 '분향'이라고 불리는 '향'이다. 이보다 더 쉽게 볼 수 있는 향은 녹색 막대 합성향이지만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발암물질로 인해 사용이 금지되었다. (혹여나 녹색 향을 본다면 절대 사용지 않고 폐기한다.)

현충원 참배 시 향로에 분향을 넣는 현.전직 대통령 모습


그렇다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향나무를 찾아가 향을 맡을 수 있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나무줄기나 가지, 잎에서는 향이 나지 않고 나무를 베었을 때 향이 그윽하게 올라온다.

심재부와 목재부가 색이 다른걸 볼 수 있다.

목재는 ‘심재부’와 ‘목재부’로 나눠지는데 형성층을 기준으로 안쪽은 물관, 바깥쪽은 체관을 형성하고 시간이 흘러 처음 만들어졌던 물관은 나무를 지지하는 심재로 변한다. 살아있지만 죽은 부위.(Non-living tissue) 자세히 살펴보면 심재와 변재가 색이나 향이 다르다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나무를 지지하는 역할인 심재가 외부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유세포가 가진 특정물질(페놀, 타닌, 인 등)이 산화되어 착색되고 이에 따라 다른 색과 향을 보인다. 심재에는 방부 및 방충 등 유익한 물질이 있다.


값비싼 '침향'이 우리나라 '향나무'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침향나무(Agarwood)가 없다. 침향은 베트남, 인도, 중국 남쪽에서 자라며 수지가 굳은 부분을 채취하는데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사람을 홀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침향은 향나무를 조각내 해안가에 묻어 광물화된 것을 말한다.

사진출처 : https://kr.tgroup.vn/necessary-info/what-is-agarwood


향나무 전정

앞선 글에서 ‘가이즈카향나무’를 설명했다. 근본은 향나무로 둘 다 같은 방식으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비늘잎(인엽)이 대부분인 가이즈카향나무가 일반 향나무에 비해 더 다루기 쉬우며 전정시기는 언제든지 실시해도 무관하다.(주로 나는 가을에 한다.) 다만 줄기 내 꼬인 가지와 처진 가지는 수관을 복잡하게 만드므로 제거한다.

전정을 하지 않은 나무와 전정을 한 나무

오른쪽 사진처럼 솜사탕을 여러 개 만들 수도 있고, 토피어리형식으로도 만들 수 있다. 그건 소유주가 가진 창의력에 달렸다.


한 번 수형을 가꾼 향나무를 오랜 기간 방치해 두면 밥(?)이 꽉 차게 되며 통풍이 막힌 나무는 높은 습도에 오래 노출된다. 이는 병충해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순서(1)

향나무를 잘 살펴보면 가지마다 구간이 나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구간을 붙여서 모양을 만들거나 나눠서 분리시키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나는 나누기로 했다.


순서(2)

나뭇가지를 나누다 보면 나무줄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수많은 가지가 꼬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외부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면 내부의 얽힌 가지 중 지나치게 옆가지를 감았거나 성장에 장애를 줄법한 가지를 제거한다.


순서(3)

가지를 나누다 보니 작은 포기 세 덩이가 만들어졌다. 당황하지 말고 녹화끈을 이용해 고정해 주면 한 덩이로 만들 수 있다.


순서(4)

외부, 내부 가지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원하는 묶음 포기가 만들어졌다면 양손가위나 전정기를 이용해 면을 매끄럽게 정리해 준다.


순서(5)

면을 매끄럽게 정리한 뒤 주변을 깨끗하게 마무리하면 된다. 꽉 막혀있던 처음과는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수형을 가꾸기 전과 후


향나무가 걸리는 병해충

병해충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는 종으로 관리가 다소 편한 수종이다. 병에 걸린다면 주로 녹병과 잎마름병이다. 향나무는 장미과 식물이 걸리는 붉은별무늬을일으키는 중간기주 역할을 한다. (본인은 살고 감히 장미과를 괴롭혀?) 과수원에 큰 피해를 미칠 수 있는 나무로  최대 2KM까지 병을 옮긴다고 알려졌다.


향나무 수명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추정되는 울릉도 도동리 향나무이다. 2013년 산림청 녹색사업단에서 나이를 측정 2,300살로 추정했다. 비록 비공식적 측정이지만 의미 있는 자료라 생각된다. 노거수로 살아가는 모습이 경이롭다.


향나무는 우리 도심 속 정원, 마당,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꾸준한 관심과 관리 통해 자랑스러운 동네 노거수로 키워 같이 공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릉도 도동리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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