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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꾸 Sep 16. 2021

우리의 마지막

식사

알렉스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라오스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인 남부의 빡세. 우스갯소리로 한국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빡세게 더워서 빡세라고 부르는 거야. 그 날 저녁이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더 덥지는 않다.



메콩강변에 베트남 식 샤브샤브인 신쭉 레스토랑에는 토기로 만든 냄비에 샤브샤브를 해 먹을 수 있다.  보통은 그 옆의 쌀국수 집에 가는데 오늘은 특별하다. 

 어둠이 내려 컴컴해질 무렵 지영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녀는 늦는 법이 없다. 1년여의 라오스 생활에 현지인에 동화되어 늦는 걸 당연시 할 만하기도 할 텐데 말이다.  어둠이 내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메콩강의 흙빛 물색을 마치 보이기라고 하듯이 빤히 내려 보고 있다. 

 알렉스가 10여분이나 지나 파란 오토바이 헬멧을 벗으며 들어온다. 눈에 띄게 큰 키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 간다. 거기다 지방 도시에서 외국인을 자주 볼 수는 없으니까.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간다. ‘콘파랑’은 라오스어로 ‘외국인’이라는 뜻인데 프랑스 식민지 시절 외국인은 다 프랑스인이라 프랑스인이라는 원래 뜻이 ‘외국인’이라는 뜻과 같게 되었다. 그는 정말 ‘콘파랑’이지만.     


 “여기 맛있어?” 그는 이 식당이 처음이다. 

 “어.  현지 친구하고 여기 한 번 와봤는데 정말 맛있었어.”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체 신쭉이 끊기 시작 하자 채소와 고기를 넣어 데쳐 먹기 시작한다. 그 적막이 담담했는지 반 정도 먹고 났을 때 알렉스가 말한다. 

  “우리 게임할래?”

  “좋아. 어떤 거?” 

  “눈은 감고 입을 벌리는 거야. 그리고 상대방이 무엇을 하든지 받아들이는 거지.”

  “그래? 좋아. 그럼 네가 먼저 해봐.” 지영이는 의욕에 차서 대답한다.

 알렉스가 눈을 감고 입을 벌린다. 지영이의 눈은 식탁 위를 한 바퀴 돈다. 식탁 위에 있는 것 중 둘 다 손도 대지 않은 잘게 다져 썰어 놓은 동남아 작은 고추가 눈에 들어온다.  쥐똥고추. 숟가락에 넘칠 정도로 퍼서 알렉스의 입에 넣는다.  입에 넣자마자 바로 알렉스는 입을 꽉 다물었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기로 했으니까. 지영이는 빤히 알렉스의 얼굴을 쳐다본다. 자못 신이 난 표정이다.  정적.  5초 정도가 지났을까.  지영이의 신이 났던 표정은 금새 어두워졌다.  동남아 고추를 쌀국수에 넣어 먹고 위경련을 일으킨 경험이 있기에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알렉스는 입에 있는 고추를 뱉어 내고 입안을 여러 번 물로 헹구어 낸다. 얼굴이 빨까앟게 달아오른다.  날 채소를 집어 급하게 씹고 물을 다시 마신다. 

  “다시는 이런 게임을 하지 않을래.” 알렉스가 말한다. 담담하게 말한다. 목소리에 노기가 없다. 

  “그렇게 해. 게임은 네가 하자고 했던 거니까.” 지영이는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밥값은 네가 내는 거지?” 알렉스가 말한다.

  “네가 밥 먹자고 한 거고 네가 더 많이 먹었는데, 왜 내가 내? 그럼 네가 7내고 내가 3낼께” 지영이는 발긋해서 말한다. 

 

 “우리가 같이 하는 마지막 식사인데....... 정말 기억에 남네. 덕분에 함부로 사람 믿지 말라는 거 배웠어.” 지영이는 한 마디 더 하고 자기의 오토바이를 타고 휭 하니 가버린다.  고추를 먹은 건 알렉스 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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