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사를 직면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한 번 있었다. 나는 예술문화영상학을 복수 전공했다. 미학과 영화학을 배우는 학과였는데, 졸업 요건 중 하나로 졸업작품 제출이 있었다. 주전공생들은 주로 단편영화를 제작해 제출하는데, 그럴 능력이 없었던 나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 가족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였는데, 우리 가족 한 명 한 명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소설이라고 하긴 했지만, 수필에 가까웠다. 대부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였다. 그러나 ‘소설’이라고 공언했던 건, 그때 당시에는 우리 가족이,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수많은 일이 부끄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수님이든, 조교 선생님이든, 다른 학생들까지도 볼지 모르니, ‘이 부분은 그래도 지어낸 이야기겠지?’하고 생각해 주길 바라는 일들도 적혀 있었다. 그때 그런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자신 있게 직면했다면 지금도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내 마음이 좀 괜찮았을까?
그 소설집은 이 세상에 딱 두 권 존재한다. 하나는 학교에 제출했고, 하나는 내가 들고 있다.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콩가루’라고 지었는데, 아무리 뭉치려고 해도 뭉쳐지지 않는 우리 가족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낼 단어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콩가루’라는 제목을 정한 또 다른 이유가 나와 있다.
“할머니, 콩가루 집안이 뭐예요?”
“와? 누가 니보고 그런 말 하드나?”
“친구들이요. 안 좋은 말이에요?”
“요 인절미에 붙은 노란 가루가 콩가루다. 우리 가족이 조금 힘들지마는, 이렇게 맛있게 살라는 말이다. 그게 콩가루 집안이라는 거다, 알겠제?”
나와 할머니와의 이 대화는 이 소설집에 몇 안 되는 완전한 소설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바라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나는 우리 가족과 맛있게 살아가고 싶다. 이제부터 내가 맛있게 살아가기 위해 잘 알아야 할 우리 가족. 아빠, 할머니, 형, 동생, 엄마 한 명 한 명과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써보려 한다. 그 이야기들은 100% 실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