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강된장 이야기
혼자 자취생활을 시작한 지 7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대부분을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요리에 관심이 시작할 무렵 간단한 국수부터 없는 형편에 소소하게 재료들을 사서 요리를 할 때 즈음 '가난한 강된장'이 탄생했습니다. 들어가는 재료는 아주 단순하지만 밥을 가득해서 비벼먹으면 근사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장을 보지 못해서 재료가 너무 없을 때 아니면 잘 만들지 않게 되었지만 그때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가난한 강된장'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재료>
된장 1.5T
고춧가루 1T
양파 반 개
두부 1모
육수 200ml (생수로 대체 가능)
*표고버섯, 애호박, 고기 등 재료를 추가하면 더 맛있습니다.
양파를 너무 작게 다지지 않고 씹는 맛이 있는 정도로 다져서 준비합니다. 두부도 양파와 비슷한 사이즈로 썰어서 재료를 준비합니다. 재료가 준비되면 먼저 기름 한 바퀴 두른 후 양파를 적당히 익을 정도로 볶아줍니다.
적당히 익은 양파에 준비된 고춧가루와 된장을 넣어 달달 볶아서 풍미를 이끌어 주도록 합니다. 여기서 팁을 드리면 흔히 말하는 '집된장'을 이용하면 훨씬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집된장을 사용하시면 고추장을 조금 추가해서 볶아주시면 맛있는 강된장 베이스가 만들어질 겁니다. 저는 시중에 파는 된장을 이용해서 만들어서 추가적으로 고추장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육수생각을 전혀 하지 못해 생수를 넣어서 만들어 먹었지만 이제 조금 손맛이 생겼다는 오만함이 생겨서 저는 멸치다시 육수를 준비했습니다. 생수를 사용해도 무관하니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된장이 가지고 있는 구수함에서 나오는 맛이 기가 막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육수를 넣고 팔팔 끓어 오르기 시작하면 준비해 둔 두부를 전부 넣어서 두부가 부서지지 않게 살살 잘 저어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약 1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제 완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밥을 먹을 준비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가난한 강된장'이 완성되었습니다. 들어간 재료도 적고 볼품없어 보이는 요리라고 생각되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은 좀 다릅니다. 지금도 여유롭지는 않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던 20대 시절 제대로 된 밥을 못 먹기 일쑤였고 편의점 음식으로 버티던 그 시절에 그래도 제대로 된 밥을 먹기 위해 노력했던 마음속 어딘가 응어리진 음식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곡선을 그려보면 좋았던 시절뿐만 아니라 어두운 시기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 시절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었고 삶의 의욕조차 없었지만 따뜻한 밥 한 끼 먹겠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시절을 이겨냈는지 놀랍기도 하지만 그 어두운 과거가 지금의 나를 완성하게 해 준 토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인생의 어두운 시절에 나를 일으켜 세운 마음을 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드셔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