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부상병들
얼마전 외국사람들이 모인 주재원 아내 사교모임에서 사람들이 대거 탈퇴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유는 한 여왕벌의 강한 자기주장과 태도로 인한 것이었다.모두가 알아들을 수 없다며 영어 외에 불어로 가끔 채팅방에서 대화하는 이들에게, 불어로대화하지 말라는 저격에 잇달아 사람들이 핑계를 대며 탈퇴하였다.
부상을 입고 탈퇴한 이들 중 적극적이며 리더십이 있는 한 명이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채팅방을 형성하였는데, 나는 그 방에 얼떨결에 초대받았다. (이 리더십은 나중에 보니, 친구를 사귀고 싶은 갈급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귀찮은 사교모임 호스팅도 마다하지 않을만큼 친구관계가 목마른 1인...)
예전 사교모임 방과 이 방에 동시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애매한 포지셔닝이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 방을 만든 그녀와 나는 친구가 되었는데, 나와 한 명에게 방장 권한을 주었다. 누구를 초대하고 말지에 대한 권한…
어제는 그 첫 모임이 있었다. 대략 10댓명 정도가 참여한 모임. 이 새로운 채팅방을 만든 그녀가 새로운 여왕벌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예전 그룹에 속해있던 두 여왕벌 중 좀처럼 활동하지 않던 한 명은(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여왕벌 한 명) 새로운 모임에 초대받았지만 어제 개최된 초대모임에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인공이 되지 않는 자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마련이기에…
결과적으로 이 방은 예전 사교모임 방과 비슷한 종류의 모임을 개최하고 있는데, 바로 각자 돌아가며 자기 나라 문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결국, 예전 사교클럽과 굉장히 비슷한 성격의 콘텐츠를 갖는 사교 모임인데 멤버만 대거 교체된 느낌이었다. 요번 여왕벌 입맛에 선별적으로 골라놓은 곳.
항상 문제는 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초대하지 말까에 대한 이슈이다. 공식적인 단체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대신, 친목 모임은 반은 닫힌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 모임에서도 한 명을 초대하기 위해 여러 토론을 거치고 한 명씩 영입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각자 아는 사람을 데려와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로 점점 채워지는 구도였지만.
내가 주재하는 이 곳은 작은 동네라서,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재밌는 광경이기도 하다. 한 발짝 떨어지면 볼 수 있는 광경.
농담처럼 주재원 아내들과 주고 받는 말이 있는데, 이곳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드라마는 K-drama(코리안 드라마), R-drama(러시안 드라마), C-drama(차이니즈 드라마) 등등…너무 많다. 각 국가별로 발생하는 내전(?) 이야기를 듣다보면 엔터테인먼트가 필요없을 지경이다. 물론 나도 이곳에서 내전에 참전한 용사로서 큰 부상을 입고 전쟁에서 나와 아직까지 상처를 치료 중이다.
주재원 아내들의 전쟁은 주로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당신이 주재원 아내라면 지혜롭고 민첩하게 대처하여 부상당하지 않으며 꼭 전쟁에서 승리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