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톱을 깎다가
세상 이치가 그렇다.
쓰일 곳이 있어서 생겨난 것이고
쓰일 만큼만 필요하다.
이유 없는 존재는 없다는 말이다.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있을만하니까 있는 것이다.
엄지가 짧고 굵고 투박하고 뭉툭한 이유는
가운데 있지 않고 첫 번째 자리에 있지만
무게중심을 다부지게 잡아서 다른 손가락들을
거느리는 역할을 무겁게 하라는 거다.
첫 번째로 태어나 울퉁불퉁하고 성질 거칠지만
어깨 움츠리지 못하고 진중하게
늘 가장이어야 하는 나처럼
엄지손가락은 앞으로도 뒤로도
나머지 네 손가락 어디에도 무리 없이 닿는다.
세상 순리가 그렇다.
없어서는 안 돼지만 없임을 받아도
티를 내지 않는 존재가 있다.
세상인심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야 말로
찐 존재라는 것을 망각한다.
엄지손톱을 깎다가 있을 곳에 있는
같은 존재라고 이심전심이 되다니
못난 것들은 서로 통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