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거미줄도 언다
십일월,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이른 추위에 거미줄이 얼었다.
우박을 뒤따라 눈발이 살짝 날리다
햇살이 반짝 얼굴을 내밀기도 한
가을인지 겨울인지 공감할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지상에 내려서기도 전에 녹으며 눈은 빗물이 되었지만
눈으로 확인된 첫눈이었다.
보이지 않게 가늘던 거미줄이 서리가 내린 듯 얼어
멀리서도 자세히 보이는 상고대가 되었다.
세찬 바람을 타고 거침없이 지면을 향하던 눈발이
살아남기 전투에서 거미줄을 통과하지 못하고
패잔병처럼 걸린 것이다.
결정이 풀리고 있는 눈방울은 깔때기 같이 놓아줄 것이라는
그럴 것이다의 편견을 걸러내듯 액화될 운명이
거미줄에 걸려 얼음 알갱이가 되었다.
그렇게 될 것으로 결정된 운명은 없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 촘촘한 그물처럼 쳐진 시간의 거미줄을
여전히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