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쥐도 새도 모르게
가끔은 눈앞의 길이 잘못된 방향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도 가보는 것이다. 엉뚱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같은 길을 반복해 가야 하는 정상적에 질리기도 하는 것이다. 좋은 곳, 바른 방법, 떠떳한 의도. 선택은 항상 최선을 위한 것이라는 식상함에 반기를 들어 보고 싶다. 생소하고 낯선 곳으로. 이익이 될 것 같지는 않으나 궁금해지는 곳으로. 나를 몰아가는 일탈이 때로 생경한 힘을 발휘한다. 나에게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안심하는 이들의 뒤통수를 갈길 수 있다는 묘한 흥분이 무료함에 긴장감을 준다. 전혀 의외라는 반응이 기대된다. 뜻밖의 사라짐을 감행해 보는 것이 내 몸속의 세포들을 수축시켜 모험가 기질을 선물로 준다.
새벽안개가 낮게 포복하고 있는 이른 출근길을 나서다 공원을 향한 샛길로 들어선다. 안개에 젖어 바스락임이 일어나지 않는 낙엽이 뚫고 올라오는 새싹에 밀려 자리를 내주고 있다. 고깔제비꽃이 냉이꽃들 사이에서 보랏빛을 뽐내고 있다. 고개를 내민 쑥들이 밟히자마자 일어나며 풀냄새를 피워낸다. 일탈이 거창할 것이란 편견에서 해방된다. 작은 벗어남이 살맛을 감칠나게 내어준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던 길로 가려면 한참 돌아야 한다. 쥐도 새로 모르게 일상의 반경에서 나갔다 왔다는 즐거운 비밀이 사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