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잠깐만요, 짬 좀 낼게요
소매 깃이 내려왔어요.
잠깐만요.
어깨가 처지고 있어요.
보고 있는 거죠.
짬을 낼 수가 없었어요.
나를 위로해줄 틈을 못 냈고요.
날마다 쌓이는 민감한 소식들을
멀리 둘 마음의 여백이 없었어요.
헐거워진 소매 옷을 벗고 싶어요.
어깨가 죽은 외투를 갈아입을래요.
마음 정화도 중요하지만
외모가 지저분하면 쪽팔리니까요.
다듬어 나를 챙겨볼 짬이 필요해요.
엉킨 머리카락을 곧게 풀고
입술에 일어난 각질을 다듬어야겠어요.
콧등에 난 부스럼을 짜내고
인중에 자리 잡은 채 떨어질 줄 모르는
깊은 주름에 보톡스라도 놔줘야겠어요.
못나게 보이는 것은 싫어요.
속보다 겉을 먼저 꾸밀래요.
수월하고 판이하게 보여지고 싶어요.
정말이에요.
잠시만 시간을 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