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출근하기 싫은데 출근은 해야 하고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날마다 기상캐스터가 그날의 강수확률과 시간당 강수량을 알려준다. 맞을 때도 있고 맞지 않을 때도 있다. 대충 분위기는 맞는다. 먹구름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낮게 흘러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반짝 터진 햇살이 시리도록 뜨거운 시간이 짧아지긴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습기가 많은 대기는 불쾌지수를 끌어올리고 열대야로 멈추어있다. 전기료와 가스료가 인상된다고 한다. 식용유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더 올라갈 거라고 전망을 한다. 삼겹살, 양파, 수박, 무, 배추...... 가파르게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밟고 올라섰고 환율은 IMF와 외환위기 이후 최대라고 한다. 장마가 끌어올리는 것은 습도와 온도뿐만이 아니었다. 오늘이란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속 불을 질러 울분의 온도까지 동반 상승시키고 있었다. 이래저래 역대 최고로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다. 깨작거리며 몇 숟갈 뜨는 아침식사가 속을 더부룩하게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없다. 산책도 진땀이 나는 것이 귀찮아서 하기 싫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하루의 루틴처럼 하던 맨손 스트레칭마저도 못하겠다. 더위를 먹어서 그렇다는 말이 입에 붙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다가 셔츠의 단추를 잘못 끼웠다. 순간적으로 터지는 짜증이 열불 나게 한다. 무심코 검색을 해봤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다부진 다짐을 한다. 그러려면 출근은 하기 싫지만 출근은 해야 한다. 일해야 하는 기간을 맞춰놓아야 일탈의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직장인의 삶에 일단 충실해야 한다. 처진 기분에 복수라도 하듯 셔츠를 벗어 다른 셔츠를 걸치고 단추를 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