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적긁적

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by 새글

긁적긁적


장대비가 내릴 거라는 요란한 예보는 이번에도 맞지 않았다. 여전히 덥고 습한 기운이 그대로 한가득이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주르륵거리며 진땀이 나는 장마철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시나브로 시작은 끝을 향해 전진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장마전선이 물러서면 지금보다 더 찌는듯한 땡볕 아래에서 땀내를 맡아야 한다. 여름이 덥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여름이 여름다워야 가을이 풍성해질 것이고 겨울이 고즈넉한 풍경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보대로 하루 한두 차례 후련하게 기분을 풀어줄 비가 오면 좋겠다는 희망고문을 물리치기 어렵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뒤끝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날씨는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불가능의 벽이다. 그러나 원함마저도 원할 수 없는 시간에 머물러 있고 싶지는 않다. 이룰 수 없는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은 다르다. 능력 밖과 능력 이상의 경계가 같을 수는 없다.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기 위한 도전은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게 한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것은 노력을 더하고 능력을 키워 다시 해볼 만하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은 사실 말장난일 뿐이다. 살다 보면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루어질 일은 이룰 수 있지만 아무리 해도 해도 안 되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능력의 벽, 신분의 벽, 소유의 벽, 불평등의 벽, 기득권의 벽은 옹벽처럼 내가 있을 세계와 다른 세계를 분리한다. 공정과 상식은 더 견고한 벽이다. 비예보가 어긋났다고 경계의 벽까지 다가갔다. 불쾌지수가 오지랖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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