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김경진 에세이시
아는 사이
그냥 아는 사이에게 반갑다는 말은 자동반사적이다. 진심을 담은 사이는 보자마자, 생각이 나자마자 말보다는 눈빛이 먼저 환해지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밋밋한 반응은 나도 그도 마찬가지다. 보고 싶다는 생각도, 봐야겠다는 마음도 없이 지나가다가 스치듯, 어쩔 수 없는 자리를 함께하듯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사이. 그것이 아는 사이다. 아쉬울 것이 없는 사이다. 주고받을 것이 없는 사이다. 그래서 편견이 개입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릴 필요가 없는 사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편한 사이다. 어쩌면 불편을 끼치는 사이보다 인간적인 사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고 말 한마디에 의미를 담아야 하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심히 흘러가는 기분대로 해도 좋을 것만 같다. 거친감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의미를 담은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예민한 감각을 동원해 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은 사이라는 증명이다. 지나가다 마주치면 손 한번 들어주는 사이, 잘 지내지?라고 가볍게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책망하지 않는 사이, 긴가민가 삶을 구체적으로 알려고 애쓰지 않는 사이. 지금 내 시간의 평화를 좀벌레처럼 파고드는 사람이 있어서 그냥 아는 사이 정도의 관계로 밀어내 버리는 것이 어떤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