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잔설과의 대화
잔설이 녹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발끝이 조심스럽다.
영하의 날들이 지속되고 있는 길의 미끄럼이
사람의 걸음걸이를 서툴게 만들지만
겨울이 겨울다움을 인정해야 한다.
어느새 애기동백이 피었다 지고 있다는 소식이
1004개의 섬과 섬들이 육지로 연결된 신안에서 들려온다.
애기동백이 지고 있다는 것은 애틋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봄소식이 멀지 않았다는 징조다.
바다를 품은 섬들이 날라오는 봄소리가
꽃이 지고 있다는 아쉬움을 덜게 해 준다.
다 치우지 못하고 길 옆으로 밀어놓은 눈무덤이
녹다 얼다를 되풀이하며 겨울을 퇴화시키듯
눈 시렸던 흰색을 갈화 시켜 가고 있다.
오고 가려는 의지를 막아설 수는 없다.
사람이든, 자연의 흐름이든 살아있음이 정당한
시간이 가진 자발성을 거스르려 하면 안 된다.
잔설이 녹은 물이 말라 길이 단단해지는 날까지
질척임을 마다하지 않고 걸음마를 조심해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