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역사다
자형화와 부겐베리아가 지키고 있는 베트남의 2월을 나는 아직 보내줄 맘이 없었을 것이다. 강렬한 햇살과 나무그늘의 시원함이 공존하는 여행지에서 이방인으로라도 오래 남아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떠나오기 전 해안선에서 가까운 남도땅에서도 겨울과 봄사이의 시샘추위에 부적응 중이었다. 그러나 마음과는 상관없이 꽃이 진자리에 새꽃이 피듯 다른 시간이 오고 있는 것을 막아설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호이안의 강을 따라 침수되기를 반복하면서도 명맥을 끊지 않고 있는 낡은 집들이 살아있는 시련의 역사다. 기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과 사람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찐 역사다. 지나간 것도, 오고 있는 것도 역시 역사다. 그러한 끊질긴 시간을 만지면서 오래 묵은 목선에 올라탄 채 강물을 유연히 흘려보내고 있는 지금의 나도 역사다. 수많은 전쟁과 침략을 이겨내면서 살이의 압박에 침탈된 사람들의 깊게 패인 한숨소리가 강바닥에서 물소리처럼 들려오는 듯 현실감이 있다. 숨죽이며 삶을 역사로 만들고 있었으리라. 그 흐느낌 위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시간은 중첩되고 있으리라. 그리하여 눌려있을수록 오래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살아가는 자체가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내가 역사다. 어깨를 걸고 부대끼는 우리 전부가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