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오늘과 내일
하루의 시작은 걱정과 기대가 반이다. 오늘과 내일이 별반 차이가 없이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걱정하고 기대를 한다.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예상을 할 수 없는 한 치 앞이 어쩔 수 없다. 기대가 걱정을 불러오고 걱정이 기대를 줄여주기도 한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가급적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던 대로 행동을 하고 생각을 한다. 나의 루틴은 변수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잠을 털고 일어나면 정수기에 제일 먼저 가서 냉수를 한 컵 마신다. 뱃속을 경쾌하게 내려가는 시원함으로 밤사이 꾸었던 꿈을 씻어낸다. 대부분의 꿈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작과 끝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꿈이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좋은 꿈일수록 더 그렇다. 경험상으로 앞뒤 정황이 이어지는 꿈은 불길한 것일 확률이 많다. 꿈을 믿지 않지만 아침까지 기억이 나면 기분이 찜찜하다. 시원한 냉수로 잠을 쫓듯 꿈도 기억에서 밀어내야 하루의 시작이 개운하다. 꿈에서 빠져나오면 어둠을 막고 있었던 커튼을 젖히고 아침의 풍경을 거실로 불러들인다. 이미 하루를 시작한 나무들과 새들이 여명과 함께 침침했던 눈을 정화시켜 준다. 커피를 마시고 샤워를 하고 날씨에 맞는 옷을 골라 입는다. 다름이 없는 하루의 시작이 행복이다.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면서 오늘 맞이해야 할 일도 내일과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이 내일 만나야 할 사람과 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일이 바뀐다는 것은 원하지 않는 부산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만날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번거로움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오늘과 내일이 차이가 없기를 바라는 나에게는 성가시고 마음쓰임이 많아진다는 신호여서 달갑지 않다.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이 의도치 않은 변화를 맞이하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와 걱정을 하면서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높낮이가 많은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구설수에 올라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문제가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의 개입으로 전혀 다른 파국에 휘말리기도 했다.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믿었던 이에게 뒤꿈치를 밟혀 아파하기도 하고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에게는 뜻밖의 신세를 지고 겸연쩍어하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평탄하지 않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남들이 볼 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일이 나에게는 일생일대의 대사건이다. 하나의 곤란을 헤쳐나가면 다른 하나의 곤혹스러움에 직면해 버겁게 살아가는 일상이 비일비재하다. 제삼자의 시선에서는 사소한 가십거리로 보이지만 자신의 일이 되면 버거워지는 것이다. 주체가 나인가 내가 아닌가 가 본질이 된다. 지금처럼 앞으로의 날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걱정이 기대를 앞서지 않기를 바란다. 걱정이 없이 살 수 있기만을 바란다면 더 많은 걱정에 사로잡힐 것이다. 다만, 걱정거리가 기대보다 많아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쓰러져서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걱정이 아니면 된다. 걱정에 사로잡혀 다른 걱정거리를 더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걱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걱정거리를 걷어내면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살고 싶다. 내일이 오늘보다는 언제나 낳을 것이라는 기대가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거란 희망에 힘을 내고 싶다. 오늘을 무탈히 살고 그렇게 내일을 다시 살아가는 완만한 삶을 지켜가고 싶다. 오늘이 내일처럼, 내일이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