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늙은 총각, 처녀의 결혼식
이팔청춘이 아니면 어떤가. 머리숱이 줄어들고 머리카락 끝이 히끗해졌다고 총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친구의 결혼식은 성당에서 미사를 겸해서 치러졌다. 결혼식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하던 친구에게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를 해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충고를 했었다. 준비과정이 어색했을 것이다. 새삼스러워서 웨딩촬영을 하면서도 활짝 웃기가 애매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결혼식이 진행되고 하객들의 축하가 이어지니 얼굴표정에 생기가 돈다. 수줍어만 하던 신부의 얼굴에도 불그작작한 열기가 피어오른다. 늙은 총각, 처녀의 생애 첫 결혼식을 바라보는 하객들의 두 손은 연신 힘찬 축하의 박수를 치느라 손바닥이 아프지만 즐겁다. 늦게 피운 사랑의 꽃이 결실을 맺는 모습이 대견하다.
성당에서의 결혼식을 지켜보는 것은 나로서도 처음이었다. 엄숙하고 격식에 치우칠 것이라는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신부님의 정성이 담긴 농담이 웃프기도 했지만 유행가를 부르기도 하고 박자에 맞춰 율동을 하는 하객들의 전폭적인 참여는 생경하지만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결혼식이었다. 흥겹게 춤을 추다가 성가대의 차분한 노래가 분위기를 잡았다가 축복의 기도를 하다가 기존의 결혼식의 틀을 이리저리 탈피하며 넘나드는 성혼미사라니. 늦은 결혼식이라고 부끄러울 필요없다. 새로운 시작은 출발하는 순간부터다.
일찍 가정을 이룬 친구들은 이미 손자, 손녀가 있다. 그러면 어떤가 이제 갓 결혼한 늙은 총각, 처녀라고 새신랑, 새신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아들, 딸 구별 없이 하나라도 낳아서 누리지 못하고 살았던 소소한 행복의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 신부와의 나이차가 제법 나니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또한 사랑의 힘이지 않는가. 울다가 웃는 신부를 위해서 되지도 않는 축가를 부르며 막춤을 추는 친구의 최선을 다하는 몸짓이 결연하게 보였다. 항상 행복한 시간 속에 있을 수 있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간혹 서로의 감정을 자제해야 하기도 할 것이고 타인의 눈을 의식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결혼은 나에게만 치중했던 시간을 상대에게 선물하겠다는 약속이다. 의견의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순간이 올 때마다 혼신을 다해 추었던 막춤을 기억해 내기를 바란다.
장년의 나이가 된 지금에 와서 돌아볼수록 순탄했다고 자평할만한 삶을 살지 못했다. 간절히 원했던 가족의 평화가 무너짐을 경험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하기도 했다. 사랑에 상처를 입기도 했고 그리움을 습관처럼 앓기도 했다. 모두가 헤쳐나가야 할 내 삶의 물결이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항상 노력한 삶이었다. 살아갈 날들도 역시 탄탄할 것이라는 속단은 하지 못하겠다. 내가 나를 위해서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과 지금의 시간에 나를 최적화시키며 살고자 애쓰는 것이다. 늙은 새신랑 친구야, 다른 이들보다는 시작이 조금 지체되었지만 행복을 찾아가는 지금은 서로 손잡고 게으름 피우지 않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