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의 가치

새글 에세이

by 새글

목표의 가치


올해로 한 직장에 몸을 의탁한 지 30년 차다. 올 한 해를 포함해 3년이 지나면 명예퇴직 대상이 된다.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는 직장생활이지만 하루하루 날자를 세게 된다. 여러 곳을 전전하지 않고 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마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한다. 인생의 반을 회사의 문턱이 반질반질 해지도록 다녔다. 잦은 부서이동으로 서울과 지방 여러 곳을 오가야 했지만 나름 권태롭지 않게 해 준 성가심이었다. 한 곳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3,4년을 주기로 이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정착은 가족과의 동거를 불안전하게 했다. 가족의 구성원이 해체되어버린 지금에야 평가를 해보면 결과적으로 기러기 가족으로 살아온 시간에 회한이 남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런 연유로 이제야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죽는 날까지 정착할 수 있는 삶을 시도하게 되었다. 마침내 올해 새로운 곳에서 집을 마련하고 안정된 생활을 시작했다. 다행스럽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진다. 존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직장생활은 성공적이었는가! 자아를 실현하겠다는 굳센 다짐은 성과가 있었던가! 직장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달성을 했는가! 30년이 된 지금에야 처음으로 돌아보는 것은 아니다. 직장 내 다른 직원들과 인간관계의 벽에 부딪칠 때마다, 상사와의 의견불일치로 서먹해질 때마다, 원하는 부서로 가지 못하거나 입사동기에 밀려 승진이 처질 때에도, 무엇보다 가족과 거리감이 생기고 경제적 문제에 발목을 잡힐 때에도 직장생활의 지속에 물음표를 던지곤 했다. 그러나 달리 뛰어난 기술이나 재능이 없는 평범 그 자체인 일반직 직원이 선택할만한 대안은 없었다. 한 직장에서 쌓아낸 이력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울타리로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동료들에게 뒤처지거나 한 직급에서 오래 정체되어 있지는 않았다. 가보고 싶어 했던 직급까지는 무사히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이상을 간절히 바라지 않아서일까, 그 이후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서, 직장 내 문화차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 이상은 올라서지 못했다. 오래 다닌 직장 덕분에 궁핍하지는 않고 그런대로 살만하다. 다만, 스스로 정해놓은 목표를 이루었는지에 의문이 자꾸 생기는 현재가 아쉬운 것이다.


목표는 그 자체가 가치다. 스스로를 세우고 살아가게 하는 가치다. 고난을 만들고 헤쳐나가게 하는 이정표다. 따라서 직장생활을 통해서 경제적 안정을 꿰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건사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본능의 영역이지 목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내게서 목표는 결국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라 해야겠다. 나는 나의 본성을 지켜내고 싶었다. 나를 잃지 않고 있고자 하는 곳에 있고 싶었다. 누군가가 짜놓은 결계에 갇혀 의지가 제한된 채 움직이는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세상과 맞섰고 한가로이 쉬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이제는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되지 말아야겠다는 목표가 우선이 되었다. 주변을 복잡하게 만들며 살지 말자. 누군가와 등을 지는 삶을 살지 말아야겠다. 새로운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지키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추구하는 바를 만들어 도전한다는 명목으로 나로부터 떠돌지 말자. 채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필요를 비우며 살자. 나에게 진심으로 친절하자. 차선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최선으로서의 나로 대우하자. 나는 이제부터 내가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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