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전야
어쩌면 생애 마지막 이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은 지 25년 차가 되는 아파트에 들어와 새로운 인생역전을 시작한 지 딱 2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어려움과 두려움이 곳곳에 도사린 삶을 살아온 탓인지 다시 시작한 삶은 의욕적이었고 거침이 없었다. 좋은 일이 많았다. 큰소리 한번 칠일 없이 서로를 지켜주면서 감사한 날들을 살았다. 오래된 아파트의 환경에서 오는 불편함을 제외하면 괜찮은 집이었다. 하지만 환경을 좋게 바꾸어 조금 더 완벽한 집에서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억누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환경을 업그레이드시켜 더 때깔 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거의 모든 이사절차를 마쳤다. 랜털제품들을 이전하기 위해 철거를 해놓고 양동시장에 나가서 랜지와 에어프라이어 등을 올려놓을 수납장을 샀다. 소비란 즐거운 유혹인가 보다. 가구점을 둘러보는데 빛 좋고 모양새가 폼이 나는 제품들이 심각하게 눈길을 끈다. 유혹에 지는 것도 즐거움이리라. 오래 쓴 책장 대신 신박한 책장도 두 개를 샀다. 말해 뭐 하겠는가. 냉장고를 바꾸니 텔레비전을 더 큰 것으로 바꾸고 싶다. 식기세척기며 건조기도 용량을 키워 바꿨다. 쓰지 않던 테이블과 카펫을 버리고 가지고 갈 필요 없는 에어컨, 쓰던 냉장고, 세컨드 TV 그리고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들을 당근에 내놓아 저렴하게 처리를 했다. 번거롭지만 하나하나 즐겁다.
내일이면 새로 이사할 집은 나만을 위하지만 나만을 위한 집이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막내딸, 말티푸 루이룰 위한 집이기도 하다. 그저 그런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형 타운하우스다. 넓은 창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전망이 죽인다. 맑은 날이면 무안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보이고 황룡강 주변의 너른 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고 아파트보다 높은 층고가 개방감을 더해준다. 타운하우스로 꾸며져서 마감재도 인테리어를 새로 할 필요 없도록 고급스럽게 해 놨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 집에서 안락하게 살고 싶다. 더는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렇다고 지금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고. 이미 오래 사용해 낡은 몸을 새롭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쓸수록 담금질이 되는 마음만은 새록새록 새것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오늘 하룻밤이 지나면 내일 새벽부터 덜커덕 거리며 이삿짐이 싸매자고 옮겨질 것이다. 새로움은 헌것을 말끔하게 알별해야 더 빛을 발한다. 생각하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초리가 동그래지는 기분 좋은 기억만 데리고 새집으로 가야겠다. 조금이라도 속을 상하게 하거나 마음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은 완전하게 버리고 가야겠다. 이사는 새집으로 가는 것뿐만 아니라 새 마음의 둥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어깨가 처질 때마다 툴툴 털고 일어나 줘서, 마음에 귀신이 붙어 피눈물을 흘려야 할 때에도 훌렁훌렁 피 묻은 옷을 벗고 빠져나와 줘서 그리고 나서도 지금껏 이 세계의 말단일지라도 단단히 삶을 지켜내고 있어서 나에게 고맙다. 새 집에서는 더 행복하도록 하자. 생의 시간을 바꾸는 이사를 진심을 다해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