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출사표
며칠 전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기도 좀 해주세요." 들뜬 목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뭔가 좋은 일을 기대하고 있는 목소리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네가 잘되기를 나는 기도 중이다.'라는 대답은 하지 않기도 했다. 다 알만한 상태를 말로 끄집어내 대화를 중단시킬 필요가 없음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 봤는데 1차 합격했어요. 2차 그리고 3차 면접이 남았는데 느낌이 좋아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이런저런 이유로 평생직장이 되지 못한다고 좋은 조건과 일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있던 아이가 조건에 충족할만한 회사에 서류를 내고 서류전형에 합격한 다음 면접을 본 모양이다. 불확실이 확실히 될 때까지 가급적 혼자 앓기를 하는 아이가 들떠 있다. 좋은 징조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노크를 하면 쉽게 문턱 넘기를 허락해 주는 회사도 아니었다. 적성에 맞는 기업을 찾아 삶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지켜보는 사람이 져야 하는 마음조림이다.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으로 기대를 하면서 최종합격자로 발표될 때까지 좋은 꿈을 꾸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항상 삶에 대하여 경건했다. 신중함이 지나치다는 편견에 시달리기도 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런 시선들을 향해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움직임에는 엉덩이가 무거운 것이 좋지 않냐는 대답으로 모면을 했다. 30년을 다닌 직장을 2년 후면 퇴직을 해야 한다. 중간중간 회의가 찾아와 이직의 고민을 하기도 했다. 원하지 않는 자리로 이동을 해야 하기도 했고 기다림의 인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게 해주기도 했다. 만족과 불만족의 경계를 넘나드는 30년이었다. 한 직장에 평생을 다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일을 나는 묵묵히 잘도 해냈다. 외벌이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간간히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기도 했다. 후회는 없다. 최상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바라는 직장생활은 나와는 다를 것이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약화되고 자기의 취향에 맞는 직장이 생기면 언제든 이직을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시대의 변화 그리고 사고의 변화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재에 충실하게 적응을 해가기를 바란다. 현재가 없는 미래는 없다. 미래의 발판은 현재다. 현재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기본이다. 성공적으로 새직장으로 이직을 이루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그리하여 부적응의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정신력까지 보완이 되는 삶의 지대에 안전하게 올라서기를 기대해 본다.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던지고 있는 아이의 출사표에 합격직인이 찍혀 돌아오기를 기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