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꼰대다

새글 에세이

by 새글

나는 꼰대다


살아온 날을 바꿀 수는 없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돌아볼 수는 있겠지만 살아버린 시간으로의 회귀여행은 불가능하다. 살아온 날만큼 생각하는 바도 굳어있기 마련이다. 사물을 보는 시각과 현상을 대하는 태도를 일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삶의 이력이 경험이고 그 이력이 나 자신 자체이기 때문이다. 삶의 경험을 중요시 하는 것을 좋게 말해 연륜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다르게 꼰대라고도 한다.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지구가 거꾸로 회전하는 것과도 같은 대사건이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그 증거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통해서 경험적으로 체득한 사고방식과 생활의 틀을 벗어나 다른 사고체계를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하는 것과 같다.


과거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닌 것처럼 또한 지금 대면해야 하는 방법이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방법의 옳고 그름의 판단은 시류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고 고정된 행동을 반복하는 이들을 통털어 꼰대라고 한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살아온 시간을 부정하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매사를 나때라는 서두어를 사용해 감탄사처럼 시작한다. 자신의 방식이 배척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식과도 같은 맥락이다.


나의 시간은 내가 존중해주어야 한다.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힘이 거기에서 나온다. 시절이 그렇다고 모든 행동을 맞춰갈 필요는 없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다르게 살고 있는 이들을 존중 해줘야 하듯 나도 다르게 존중받아야 한다. 내가 지켜온 시간이 나의 자존심이기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꼰대라고 인정하는 것은 나에 대한 방어차원이다. 그렇다고 과거에 집착한는 것은 아니다. 새로워지고 있는 문화와 문명생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여전히 나의 몫이다. 적응이 생존임을 안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시대의 변화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선입견으로 사람을 분류하지 말아야 한다.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했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살아온 시간의 총량과 무게가 서로 다름을 인정해줘야 한다. 나를 지탱해온 삶의 시간을 지켜가고 싶다는 면에서 보면 나는 명백한 꼰대다. 그렇다고 생활을 대하는 나의 태도로 다른 이들의 삶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다. 다만, 비교하고 관조하면서 충돌을 회피할 노력은 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만의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젊으나 늙으나 그런 사람들은 이미 꼰대다. 꼰대란 나이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상대의 다름을 존중하려 하지 않는 태도라고 단정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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