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글이 물처럼 마셔졌으면 좋겠다
막힘이 없이 물 흐르듯 써진 글이 금세 마음에 와닿는다. 쓰다가 중단하고 머리를 싸매며 이어 쓴 글은 내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잘 읽히지가 않는다. 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본다. 앞과 뒤, 처음과 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글이 많지가 않다. 고심의 흔적들이 드러나고 단어의 선택을 망설였던 부분들이 여럿 발견이 되면 읽기가 답답해진다. 읽기가 쉽고 읽는 대로 받아들여지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런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쓰면 쓸수록 느껴간다.
글이 물처럼 마셔졌으면 좋겠다. 목울대를 열고 컵을 기울이는 각도만큼 목을 넘어가는 물의 양처럼 읽으면 읽는 대로 꿀꺽꿀꺽 글이 마음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복잡하게 이해를 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가지 않아도 그림처럼 그려지는 글의 내용이 나 아닌 다른 이에게도 마찬가지로 전해지면 좋겠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마음먹은 대로 술술 나오지 않는 표현들, 적절하고 마땅한 단어들의 조합이 갈수록 명징해지지 않아서 마음고생이다.
글이란 삶의 태도와도 같은 것이어서 쓰다가 막혀있는 글처럼 요즈음의 생활이 무뎌져 있는 것이다. 오래전에 떠나보낸 이들을 소환해 내는 일이 잦다. 잊었다고 믿었던 일들이 생생한 범주에 들어오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상처로 기억되는 시간은 잠시 멀어졌을 뿐 언제라도 마음에 기운이 쇄하면 되살아나는 모양이다. 지금에 만족하며 현실의 나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무력해지는 순간이 나를 괴롭힌다. 그런 이유로 글쓰기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체감하고 있다. 억지로 완성해 가는 글이 그래서 물처럼 마셔지지 않는다. 목을 넘어가다 식도와 위장 사이에 걸린 기분이다. 글에 체해서 속이 더부룩하고 구토가 난다.
하지만 이대로 타협할 수가 없다. 짜 맞추기를 해야 하는 글쓰기에 멈춰있을 수는 없다. 내 삶이 멈춰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숨이 멈추면 죽는다. 글쓰기에 진심인 나에게는 글이 막히면 숨을 쉬지 않는 것과 같다. 물살이 막아선 바위를 돌아 흘러가는 것처럼 답답함과 부자연스러움을 비껴 흘러가야 한다.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는 한 컵의 물처럼 흠뻑 글갈증을 풀어낼 수 있기를 고대하며 희망고문을 가한다. 물처럼 글을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