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나에게 쓰는 격려사
해주고 싶은 말이 셀 수없이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깊은 수렁에 빠진 듯 막막하다. 헤쳐 나온 시간의 벽이 높아서 그럴 것이다. 곡절이 많은 삶이었다. 인생의 하반기에나 겪어야 할 삶의 경계들을 이리저리 넘나들었다. 별생각 없이 지인의 손에 이끌려 가서 조신한 긴장감으로 경청을 했던 점쟁이의 점괘가 생각난다. 지금까지의 시련은 노년이 풍성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전초전이었다는 근거 없는 말이 무의식에 남아 위로가 된다. 이제야 떠나가는 이들을 숨쉬기 힘든 고통으로 보냈던 시간이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간다. 시간이 만능의 보약이다. 믿었던 이에게서 받은 어처구니없었던 마음사기의 흔적도 옅어지고 있다. 상처가 생기면 쉽게 아물지 않고 오래도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픔은 이제 나이 듦의 훈장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하나하나 나열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순간들을 잘도 넘어서왔다. 앞날에도 그렇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지만 그때는 그때의 기지로 버텨낼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허투루 살아온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험이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도록 작용하는 예방백신과 같은 것이다.
어쨌든 잘 살아냈음을 칭찬한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화사한 축포를 쏘아 올릴 줄 알았고 고된 일에 직면했을 때는 묵묵히 상처를 치유하며 내면을 다듬어왔다. 나니까 이만큼 생의 이력을 잘 쌓아왔다. 나만큼 해낼 사람이 흔치 않을 것이라 격려를 한다. 언제에 있든, 어떻게 살든 나에 대한 스스로의 셀프 자존감에 지극한 대우는 지나치게 존중해 줘도 과하지 않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나를 최고의 나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인정해 주겠는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 유감이긴 하다. 그러나 여분은 없을지라도 손 벌리지 않을 만큼의 빡빡함에 만족한다. 건강보조제 없이도 활기가 넘치도록 건강한 몸상태가 아니어서 불만이다. 하지만 병원문턱을 수시로 드나들며 오늘과 내일의 시간을 근심하지 않을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전부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지속할 수는 없음이다. 지독하게도 마음을 갉아댔던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침내 찾은 새로운 둥지의 품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말년운이 트여있다는 점쟁이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었나 보다.
모든 삶의 순간이 잘되지는 않을 것임을 인정하자. 행복과 불행은 종이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한쪽면에 새긴 글씨들이 이해하지 못할 곤경의 표현들이라고 의기소침해 있지만 말자.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희망의 문장이 써지고 있을 것이다. 격변해 가는 세상의 가치기준에 절대의 선도 절대의 악도 없다. 그러므로 삶의 행불행은 서로의 모습이 섞여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그 시간에 가진 가치가 어떤가에 따라 달리 보일뿐이다. 다만, 흔들리지 말자. 무수한 시련이 다가왔다 지나가더라도 나를 굴복시킬 만큼 대적불가의 시련은 없다. 여태까지 겪어왔듯이 나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고 있다는 확신으로 극복해야 할 뿐이다. 그리하여 불변의 가치중심은 나라는 은유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유효하다는 선언을 나에게 미리 선물해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