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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Sep 10. 2024

떼창

새글 에세이시

떼창


소리들이 겹쳐야 화음을 이루게 됩니다.

높낮이와 음색이 다른 소리들은 어우러질수록 

독특한 제 소리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독창은 하나의 목소리를 빛나게 하겠지만

오래 반복해서 들으면 식상해지고 

감동이 줄어드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들은 저 혼자의 힘으로만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다른 살아있음과 멈춰있는 사물들 속으로 

섞여 들어 온기와 냉기를 발산하며 

주고받기를 계속해야 건강해집니다.

순서를 정하지 않고 무작위로 

소리를 높였다 낮추기를 반복하며 귀뚜라미들이 

사방에서 가을을 불러오고 있는 밤입니다.

풀숲에서 들려오는 떼창을 들으며 

오래전에 놓아주어야 했던 그리움을 풀어놓습니다.

가을은 비울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떼어내기가 두려워서 밀어두었던 이야기들이 

겹겹이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으로 울리는 

떼창이 되도록 보내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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