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내가 뜨거웠다

1-2 호로새끼가 사는 법

by 오구TREE

학교에 가기가 싫다. 내가 애비없는 자식인 줄 모르는 놈이 없다.

쉬는 시간에 공도 차고 그래야 되는데

복도고 운동장이고 죄다 애비없는 새끼를 불쌍하게 쳐다보는 눈깔밖에 없다.

선생이라는 것들도 꼴 보기 싫어졌다.

나는 원래도 공부는 못하고 잠이 오면 고개를 휘젓는 애다.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다.

근데 선생들은 달라졌다. 아니, 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건가.

"호로자식이, 호로새끼가"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욕하면서 혼낸다.

나보다 어른이면서. '저런 게 어른이면 시발 나는 어른 안 하고 말지.'


처음에는 노력도 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장난도 치고 최대한 수업 시간에 눈을 떠보려고 했다.

"이 새끼가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 애비 없다고 봐줄줄 아나."

"아, 아니 그게 아이고- 니 와카는데 진짜 그냥 장난 아이가. 함 봐도."

"마! 저 노무 호로새끼가 수업 시간에 어데 쳐다보노! 앞으로 나와, 빠따 좀 맞자."

뭐... 이런 말들이 일상이 됐다.

그래서 학교에 가기가 싫다. 내가 애비 없는 자식인 줄 모르는 놈이 없다.

근데 죽으란 법은 없다고 했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애들이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야, 이거 갖고 있어라. 인생 좆같을 때 이게 캡이다.”

“어이! 거기 누꼬! 수업 시간에 조용히 안 하나!”

모기 잡듯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얇은 막대가 하나 들어있다.

직접 만져본 적은 없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이것을 꽤나 즐겨하셨다.


툭.

이번엔 말도 없이 책상 위로 쪽지가 날아왔다.

’쉬는 시간에 소각장으로 온나.‘

왜 하필 소각장일까.

그곳에 모이는 애들은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준철이 형도… 있을 것이다.


“니가 왜 여기 있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형의 왼쪽 입술 끝이 조금씩 떨린다.

당황인지 반가움인지 모르겠다. 아니 둘 다 인가.

나도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주번일 때나 지나다녔던 소각장에, 이곳에 모인 애들을 보면 눈길조차 피하던 내가. 왜 여기에.


“아까 내가 준 거 함 꺼내봐라. 크크.”

우리 반에서도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봉수다. 봉수랑 대화라는 걸 하게 될 줄이야.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며 매 주일 아침 나를 깨우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여기에도 적용될 줄은 몰랐다.

"이거? 어..."

손이 주머니에 들어갔다가 나오기가 무섭게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어어! 히야 히야, 와카노. 참아라. 준호도 이제 괘안타 아이가."

준철이 형의 속도는 역시 빠르다. 게다가 치사하다. 안 보는 사이에 주먹을 날리다니.

"하.. 야까지 내처럼 살게는 안놔둘라 했다. 너거가 뭔데 우리 사이에 끼어드는데? 너거가 형이가?

이때까지 준호한테 관심도 없었으면서 와 오늘 여기 불러내냐고!"


형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알기 싫어도 형에 대한 소문은 파다했으니까.

덕분에 나는 누구의 괴롭힘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오늘 이후로 그 소문 사이에 내 이름도 떠돌게 될지 모르겠다.


봉수와는 점심시간마다 소각장에 갔다. 그때마다 한 명씩 아는 사람이 늘어난다.

친구가 생길수록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열린다.

수업에 들어가지 않기도, 때로는 교문 근처도 가지 않기도 했다.

준철이 형은 이제 말없이 내 어깨 위로 자신의 팔을 걸쳤다.


탁탁.

"저 새끼 저거 인자 진짜 호로새끼 다 됐네. 하- 내일 느그 어무이 모시고 와!"

이전 02화감히 내가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