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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6시 15분 바다에 누울 꺼야

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by kimleekim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는 표현이 있다.

감히 상상하지 못하고, 닿지 못할만한 무한한 공간에 크기에 대한 상상력의 최대치 일꺼다.

실제는 하늘이 바다 보다 훨씬 더 큰 공간이다.

산과 바다를 덮고 있으니까.

서양 사람들은 선셋을 좋아한다. 선셋 크루즈는 있어도, 썬라이즈 크루즈는 없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일출을 좋아한다.

매년 연말이 되면 어디에서 해가 제일 빨리 뜨는지, 뉴스에서 알려준다.
새해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추위에 덜덜 떨며 후드티 줄을 꽉 당겨서 얼굴을 동여맨 사람들이 바닷가, 산 꼭대기에서 인터뷰를 한다.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 해 소망을 기원하고, 결심을 다진다.

일출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해가 뜨는 것에 열광하는 거지? 일출의 순간은 고작 몇 초이고, 오히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지는 장면이 훨씬 더 장엄하고, 시작의 순간보다는 하루의 임무를 마치고 마무리하는 순간인 선셋이 훨씬 의미 있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다른 생각도 들었다. 떠오르고, 사라지는 것보다는 “태양”으로 상징되는 시간의 시작 혹은 끝 어떤 것이 더 의미 있는가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해가 아니라 해를 품고 펼쳐 보이는 하늘의 역할과 의미가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동그란 해의 떠오름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거대한 배경이자 파운데이션인 하늘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일출의 하늘은 소심하다. 희미하고 은은하고 주인공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밝아져서 붉은 동그라미 태양의 배경이 될 뿐이고,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선셋의 하늘은 대담하다. 움츠린 날개를 펼치듯 화려한 색상으로 하늘 전체를 타오르게 불들이고, 바로 모든 존재를 잡아먹듯 어둠으로 변한다. 희미하고 은은함 대신 화려하고, 분명하게 변화를 드러낸다.

선셋과 일출을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는 민트 빛 청량한 바다와 오렌지 빛 달콤한 하늘과 초콜릿 색 배 한 척을 그렸다.

일출의 하늘의 색은 좀 칙칙해, 나는 선셋의 하늘과 바다의 색이 좋아요.

만약에 내가 좋아하는 민트 색 바다를 만난다면, 해가 지는 6시 15분이 되면 작은 나무배를 저어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갈 거예요.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불타오르며 소멸하는 순간, 나무배에 누워 하늘의 눈부시게 찬란한 색을 온몸으로 호흡할 거예요.
그리고, 출렁이는 바다에 누운 것인지, 불타는 하늘로 날아오른 것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선셋을 충분히 즐길 거예요.

그렇게 온전히 하루의 마무리를 함께 한 후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면, 크게 한번 숨을 쉬고, 상체를 일으켜 배에 앉아 천천히 노를 저어 항구로 돌아갈 거예요.

마치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함처럼, 간절하게 하루의 마침을 감사하면서, 불타오르던 하늘의 기운을 가득 품고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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