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절을 따라 살았다.
감성적인 문장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 특별해서도 남들보다 더 힘들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닮아갔다.
봄에는 늘 따뜻했다.
겨우내 얼었던 마음도 풀리고 새싹이 돋는 것처럼 우리도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면 괜히 세상이 예뻐 보였다. 벚꽃이 피면 우리 얘기는 더 오래 갈 거라 믿었고, 바람이 살랑이면 괜히 미래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도 충분했다.
여름은 당연히 뜨겁고 습했다.
햇빛보다 현실이 더 뜨거웠다. 집 걱정, 생활비 걱정, 미래 걱정에 장마처럼 내리는 땀이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름에 시원한 데서 일하는 것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에겐 그런 선택지가 없었다. 우린 그저 땀을 닦으며 “버티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게 유일한 힘이었다. '우리'였으니까.
가을은 수확의 계절, 숨 돌릴 틈이 아주 조금 생겼다.
여름 내내 흘린 땀 끝에 얻은 작은 성과가 손에 쥐어졌다. 그건 언제나 생각보다 작았고 기대만큼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조그만 것 하나에 우린 기뻐했고 마주 앉아 나누며, 그래도 살아볼 만하다고 웃었다. 가을의 바람은 차가워지고 있었지만 그 바람 속에서 우린 잠시 서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겨울. 가장 혹독하고 차가운 계절.
세상은 냉정했고 우리는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문틈으로 파고들면 우린 더 꼭 붙었고 더 자주 서로의 손을 잡았다. 불안도, 걱정도, 꼭 붙은 우리의 온기만큼은 쉽게 가져가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의 사계절을 돌았다. 가끔은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치기도 했다. 더 좋은 곳, 더 쉬운 삶, 더 따뜻한 계절을 찾아 떠나보려 했지만 귀신같이 순환하는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고, 계절이 계속 돌아도 우리는 우리를 잃지 않았다. 끝없이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도 결국 함께하는 것만으로 그 순환을 살아내는 것.
다들 더 편하고 더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땀 흘리고, 버티고, 서로를 꼭 붙잡고 사는 이 사계절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고.
서툴고 힘들지만 우리에겐 우리만의 계절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