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9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
또다시 아침이 밝아온다. 산에 텐트를 치고 잔 다음날의 아침은 정말 썰렁하고 어설프다. 물로 세수를 할 수도 없고 용변을 보기도 민망하다. 더군다나 몸을 가릴 수 없는 허허벌판일 때는 더욱 그렇다.
뜨거운 커피 한잔과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다시 짐을 꾸린다. 밤새 텐트에서 떨다가 다시 트럭을 타고 가는데 바람이 무척이나 쌀쌀하다. 여기가 아프리카가 맞기는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춥다.
차를 타고 달리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태양은 대지 위로 솟아오르고 길가의 풀잎에는 영롱한 진주가 매달려 있다.
초원과 사막을 얼마를 달렸을까? 스프링복 웨서 공원 정문이 나타난다. 여기는 공원에 들어가는 시간이 있어 한참을 기다리다 시간이 되어 공원으로 들어간다.
공원 정문을 통과하고도 사막을 달리고 달린다. 트럭은 정말 추워 모두들 트럭 짐칸에 넣어 두었던 스피링 백을 꺼내 뒤집어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추위에 떨다니 정말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한겨울의 차림으로 얼마를 달리다 차가 멈춘 곳은 옛날의 다이아몬드 공장이란다.
지금은 사막의 한가운데에 구조물들이 모래 바람에 녹슬어 잔해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황량한 곳이다.
폐허가 된 옛날의 다이아몬드 공장을 뒤로하고 다시 달려간 곳은 해안가 난파선이 파도에 시달리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케냐의 나이로비를 출발하여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는 인도양이었는데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여 대서양 해변으로 온 것이다.
대서양의 거센 파도를 이기지 못하여 결국 파산된 난파선의 잔해를 둘러보며 만감이 교차된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많은 물자와 인력들이 이 아프리카를 향해 오다 이렇게 처참한 종말을 고했을 그들에게는 커다란 불행이었겠지만 그들로부터 고통을 당할 뻔했던 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행운이었을까?
공연히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에 씁쓸한 미소를 짓다가 다시 출발하여 도착한 곳은 물개들의 천국인 케이프 크로스 세일 보호지역이다.
처음 몇 마리의 물개를 보았을 때는 신기하고 귀여웠는데 좀 더 다가가 물개들이 떼 지어 있는 곳으로 가니 이건 지옥이 따로 없다. 물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소음을 지나 굉음이 되어 귀를 때리고 물개들이 내뿜는 악취는 잠시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물개들이 떼 지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가 나온 후유증은 극심했다. 며칠이 지나도 역겨운 냄새가 옷에 배어 있어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다시 차를 타고 인근의 조그만 시내로 나와 생선 튀김으로 점심을 먹고 마트에서 저녁에 쓸 물건을 구하려 했으나 마트가 모두 문을 닫아 필요한 물품을 하나도 구입하지 못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스피치 코페를 향해 출발한다.
사막과 같은 길을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고 달린다. 우리가 찾아가는 스피치코페산이다. 이곳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일몰과 일출의 경치가 뛰어나다는 곳이다.
스피치코페에 도착하여 잠잘 곳을 찾는다. 이곳에 별도 숙소가 있기는 하지만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의 캠핑장은 전기와 물도 없는 완전 야생이다. 어제도 부쉬 캠핑을 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단지 하나 나은 게 있다면 울타리로 가려 놓은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사막의 한가운데 솟아오른 그저 그런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다가가 보니 정말 아름답고 신기한 산이다. 거대한 바위산이고 그런 바위들이 기묘한 형상으로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산으로 올라간다. 새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바위의 모습과 넓게 펼쳐진 사막들의 모습이 새롭다.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의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난다.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해가 완전히 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내려온다. 오늘 밤과 내일 아침은 식사 당번이기 때문이다.
산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내려오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늘 저녁은 시내의 마트에서 식자재를 구하지 못해 비상식량으로 저녁을 짓는다.
부족한 식자재로 부실한 저녁을 먹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또 그렇게 이틀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