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이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를 돌자는 계획인데 미흡하나마 이제 시작을 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된다. 기차로 시베리아와 유럽, 그리고 미대륙을 돌아보자는 계획이다. 대금과 함께 세계로, 그리고 기차로 대륙을 누벼보자.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러시아로 가는 배표를 구하는 일이었고 두 번째는 유럽에서 미국 넘어가는 크루즈 예약을 하는 것으로 지구 한 바퀴 도는 여행의 틀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러시아 여행에서의 기차표 예매.
남들이 올려놓은 정보를 찾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하바롭스크에서 울란우데, 거기서 다시 이르크추크, 옴스크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구간, 구간 기차표를 끊는 일이었다.
한 번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간다면 6박 7일의 기간 동안 달려야 하지만 기차를 타고 계속 달리는 것도 무리이고 중간을 거치는 도시의 풍경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중간에 내리고 거기서 하루나 이틀을 묵어가면서 보름에 걸쳐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일정을 잡았다.
일단 모스크바에 도착하면 2박 정도 머물며 시내를 관광하고 기차를 타고 상테빼때르브로크에서 2~3일 머물다 기차나 페리를 타고 헬싱키로 넘어가 유럽 여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등 유레일패스로 갈 수 있는 나라와 도시는 최대한 섭렵하는 것으로 여행 코스를 잡아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유럽에서의 일정은 여름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이니 그렇게 많이 붐비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데 추석 등의 연휴 기간은 유명하지 않은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2개월에 걸친 여행을 무리하지 않게 다니려 한다.
그 중간에는 바이칼 호수의 동쪽 울란우데와 서쪽의 이르크추크에서 2박씩 하는 것으로 잡았다. 며칠에 걸쳐 바이칼 호수를 탐사하고픈 마음도 있었으나 얼어붙은 바이칼을 보기 위해 좀 남겨 두기로 했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겨울의 바이칼을 다시 오고 싶다. 그리고 동토의 땅도 다시 한번 경험하고픈 심정이다. 그땐 러시아와 몽골을 답사하는 코스로 잡아서.
모스크바까지는 기차표와 숙소의 예약도 다 마쳤다. 숙소는 대부분 현지 민박집이다. 인터넷 airbnb를 통해 값싼 현지의 민박집을 우선으로 선택했다.
모스크바를 지나 상떼 빼 데로 부르크, 그리고 유럽으로 넘어가면 카우치서핑을 통해 숙소와 식사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구글 번역기를 돌려 카우치서핑 요청을 하고 있는데 나이 먹은 부부를 선뜩 맞아 주는 호스트가 많지 않다. 하지만 계속 추진해 볼 생각이다.
이번 우리들의 여행 목적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거의 60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거의 틀에 박힌 생활을 해 왔기에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회복과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세계일주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다녀오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비용을 생각하다 보니 배를 택하게 되었고 기차를 이용하게 되었다. 여행의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숙소와 식비는 민박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제 출발을 일주일 남겨 놓았다. 이제 남은 일은 건강을 다시 한번 체크해 보고 감기약이나 비상약을 조금 준비하고 여행 배낭을 꾸리는 일이 남았다.
어느 여행 가는 이렇게 말했단다. 여행 짐을 어떻게 싸야 되느냐는 물음에 당신이 필요한 배낭의 짐을 반으로 줄이고 당신이 생각했던 여행 경비를 배가 더 들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하여 떠나라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배낭의 짐도 필요 없고 가진 돈도 없이 그저 무작정 멀리 떠나고 싶다고. 하지만 같이 가는 집사람에게 고생을 시키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준비만으로 떠난다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아무 탈 없이 다녀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남았다. 여행 며칠 전부터 비상약으로 내과 피부과 안과 등등을 다녀 준비한 약이 많고 무게도 많이 나간다.
옷도 반년 이상의 것을 준비하고 또 지역도 광활하니 만만치 않고 신발도 여름과 또 평상시 신어야 될 것 등, 그리고 꼭 준비한 것이 대금과 악보다. 우리 여행의 콘셉트가 대금과 함께 세계 일주였다.
그러다 보니 준비한 여행안내 책자 등 무게가 나가는 책 종류는 과감하게 버렸어도 배낭의 무게는 내가 20킬로가 넘고 집사람도 14킬로가 넘는다.
여행을 갈 때 사람들은 대개 캐리어를 이용하지만 우리는 주로 기차를 타고 다니는 여행으로 기차를 타러 가고 오고 또 싣고 내리는데 층계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캐리어보다는 배낭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새로 장만한 배낭에 가득 짐을 넣고 집을 나선다. 동해로 가기 위해선 동서울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택시가 어떻겠냐고 물었다가 한 푼이라도 아껴야 된다는 말에 묵묵히 지하철을 타고 갔다. 하기야 서울에서의 지하철은 고생도 아니지만.
동해에 도착해 러시아행 배를 타는 데는 많은 사람들로 복잡했고 반찬거리나 먹을 것을 좀 사야 되겠다 싶었는데 동해에 도착해서 항구를 가는데 사는 곳이 마땅치 않아 라면 몇 개와 고추장 1킬로 한 봉지 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기야 배낭의 무게가 있어 음식이나 반찬 등이 차지할 공간은 없었다. 승선을 위해 줄을 서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점심을 먹지 못했지만, 여행의 불안과 흥분으로 배고픔도 느끼지 못하고 배는 러시아를 향해 힘찬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출발했다.
배는 일본과 동해 그리고 러시아를 잇는 배로 일주일에 한 번 러시아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배 위를 돌아다니다 선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조타실을 방문하는 행운을 얻어 조타실도 구경하고 레이더와 항로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직선으로 가면 많이 빠른데 공해로 나갔다가 돌아가야 되니 거리가 멀다 하였다. 하기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기차로 가면 되지 굳이 배를 타야 될 이유가 없다 생각하니 좀 그렇다.
25시간의 항해 끝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도착하였다. 항구에 도착하고서도 통관을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을 배에서 기다려야 했다. 마중 나온 사람들이 앞에 많이 나와 배에서 오는 사람들과 손을 흔들고 서로 전화를 하며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통관을 마치고 러시아 땅에 도착하였다. 도착하고 보니 정말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실감을 했다. 말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서 그냥 우리 둘이 숙소를 찾아가려니 꿈만 같다.
쉴 곳도 없고 또 무거운 배낭을 메고 늦은 오후지만 아직도 한여름의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 정말 난감하다. 일단은 지도를 보며 방향을 잡고 지나가는 젊은 사람에게 지도와 주소를 내보이며 길을 묻는다.
몇 번의 물음 끝에 어느 젊은 사람이 우리를 좀 먼 길의 숙소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친절하게 안내해 준 덕분에 숙소에 찾아들어갈 수 있었다. 숙소의 환경은 안 좋았으나 집주인은 친절하고 영어도 통하여 큰 불편은 없었다.
러시아에서의 첫 생활은 말은 서로 통하지 않았으나 바디 랭귀지와 표정으로 의사소통이 조금은 가능했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우리만 불편한 것이 아니고 상대방도 같이 불편하니 피차일반이란 생각이 들고 마트에서나 식당 등지에서 물건을 보고 골라 가거나 음식을 가리키면 점원이 알아 계산된 돈의 액수를 계산기나 모니터 화면에 표시하여 지불하니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또 크게 이야기할 일도 없으니 불편함은 없었다.
도착하는 날부터 조금은 힘들었지만 바닷가 유원지로 또 대형 마트로 많이 돌아다녔다. 유원지에서는 양고기와 케밥, 그리고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으면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일어나 마트에서 사 온 빵과 과일 등으로 대충 아침식사로 대신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낡은 차에서 뿜어대는 매연으로 돌아다니기가 좀 힘들다. 시내의 대형버스나 미니버스 등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중고차로 수입된 차가 주로 운행되고 있고 트럭이나 일반 차들도 신형보다는 낡은 차가 대부분이다.
관광은 대부분 스마트폰 어플에 표시된 인기 있는 관광지를 찾아다녔고 블로그에서 언급된 장소들을 찾아 나섰는데 다니다 보면 좋은 곳이 나오고 그러면 사진 찍고 스마트폰을 찾아보면 여기가 거기구나 하며 돌아다녔다.
어찌 되었든 28일 늦은 오후에 도착하여 30일 오후 하바롭스크로 출발할 때까지 쉬지 않고 돌아다닌 것 같다.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관광하다 힘들면 버스를 타고 무작정 가다 좀 괜찮은 곳이 있으면 내려 돌아다니는 것도 피곤한 다리를 쉬는 방법도 되고 일반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보니 좋다. 그리고 시내 외곽을 나가는 것도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랄까?
가는 곳의 지명도 어딘지도 감이 잡히지 않고 버스 행선지의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기차역을 물어 찾아오다 보면 숙소 찾는데 어려움이 없으니 그런 방법으로 많이 돌아다녔다.
2박 3일간 머물렀던 블라디보스토크를 뒤로하고 30일 오후 하바롭스크에 가는 기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은 오래된 건물로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열차는 등급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 좀 늦은 오후에 출발하는 열차가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에 달구어 졌는데도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완전 찜통에 창문도 전부 열리지 않아 바람도 통하지 않고 그런 고역이 없었다.
우리보다 몸이 뚱뚱하고 더위도 심하게 타는 현지인들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만 불평하는 사람들이 없다. 그리고 승무원들도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고 당연하다는 태도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큰 소리가 나도 몇 번은 났을 법한데.
그래도 시간이 되어 기차는 출발하였고 샤워도 할 수 없는 기차에서 땀으로 목욕을 하며 12시간의 기차 여행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