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로 기차로 대륙을 누벼라
기차역에 도착하여 열차표를 바꾸기 위해 안내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데 알아듣지 못하여 어깨를 으쓱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니 예매권과 여권을 달라고 하더니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끊어다 준다. 기차표는 미리 한국에서 예매를 했고 예매할 때 좌석도 선택할 수 있다.
시간이 되어 열차를 타니 열차는 완전 찜통이다. 하루 종일 햇볕에 달구어 졌는데 에어컨도 가동이 안 되는 것 같다. 얼마 후 기차는 출발을 하고 차장이 와서 침대 시트를 나눠 주는데 돈을 달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안 받는 것 같은데 우리한테 만 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영 찜찜한 기분인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속은 기분이다.(이후 4번 기차를 탈 때 시트 값을 받지 않았다)
러시아에서의 첫 기차의 감정은 많이 좋지 않았다. 기차 차장의 한국과 다른 관료적인 행동과 서비스, 젊은 차장인데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고, 찜통 같은 기차 객실 그리고 시트 비용의 시비 등등, 그러나 시베리아를 횡단한다는 흥분은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까지의 거리는 약 800킬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로 시간은 약 12시간 걸린다. 열차 칸 하나에 한 명의 차장이 전담하고 차장실에는 간식이나 컵라면과 물, 맥주 등을 파는 매점도 같이 운영하고 있으며 기차가 정차할 때면 화장실 문을 잠그고 열차가 출발하면 문을 열어 준다. 기차에서 용변을 보면 배설물이 기찻길에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역 근처의 도시 지역에서는 화장실 이용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차는 찜통이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땀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바람이 통하는 곳에 서서 경치를 보고 있다가 다시 들어와 앉아 있다가 침대에 누웠다가를 반복하다가 이런 기차를 타고 6박 7일 달린다면 정말 고역이겠구나 생각하며 오늘 밤만 지내면 내리니 다행이라 여겼다.
기차가 출발할 때는 빈자리가 많았으나 역을 지남에 따라 자리는 채워졌고 기차를 오가는 사람들 중에 웃통을 벗고 다니는 사람도 꽤 있어 민망했다. 어찌 되었든 도시를 벗어나 시베리아 벌판을 달릴 때는 아! 이런 맛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기차는 밤새 달려 새벽에 하바롭스크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다. 배낭을 짐 보관소에 맡기고 날이 새기를 기다리려 대합실에 들어갔는데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3~5명씩 그룹 지어 앉아 있거나 돌아다닌다. 아마 이곳에 온 노동자들 같은데 눈이 마주치고 말을 걸어올까 봐 두려움이 앞선다.
하바롭스크에서는 새벽에 도착하여 늦은 밤 울란우데로 출발하니 여기에서 머무는 시간은 약 18시간 정도다. 시베리아 횡단을 하면서 하바롭스크를 중간 기착지로 정한 이유는 특별할 것이 없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아무르 강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한번 가볼까 해서 온 것이 전부다.
날이 밝아 대합실을 나오니 다행히 비는 그리 많이 오지 않는다. 역 광장으로 나와 돌아다니다 전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녀 본다. 출근길의 사람들로 복잡한 전차지만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방법 중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같이 부딪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더울 때 걸어 다니다 지칠 때쯤 다리를 쉬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꿩 먹고 알 먹는 기분이랄까?
시내에는 전차가 많이 다닌다. 노선도 많은 것 같고 전차 종점까지 가면 또 거기에서는 버스가 많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는 것은 아마 버스로 연결되는 것 같다. 시내에도 버스가 많이 다니는 편이고.
버스나 전차에는 차장이 있다. 차비를 받고 그러는데 한 번은 버스를 타고 무작정 가고 있는데 차장이 무어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우리는 종점까지 갔다가 거기서 다시 돌아오는 차를 타려고 했는데 종점이 어딘지 모르겠는데 버스가 처음 탔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차장은 종점을 돌아오고 있으니 돌아오는 차비를 달라는 거였다. 돈을 보여 주니 돈을 다시 받고 표를 준다.
여행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시장을 구경하는 일이다. 전통시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사람 사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이기에 더욱 정겹다. 그리고 장기간의 기차여행에서는 먹을 것을 준비해야 된다. 하바롭스크에서 울란우데까지는 약 48시간이 걸려 이틀 분 식량인 오이와 당근, 과일 빵과 음료수 등이 필요하다.
먹을 것을 다 사고 나오다 우리나라 소주회사의 앞치마를 입은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고려인이란다. 살 것을 다 샀는데 여분으로 고추와 당근 오이 등을 더 샀다. 반갑다고 덤으로 주는 것도 상당하다. 말씨는 부산 억양이 묻어나고 부모 고향이 부산이라시며 오래전에 한국에 다녀왔는데 그때는 곧 부산과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연결될 것 같더니 언제 연결되느냐 물어보신다.
글쎄요 언젠가는 되겠죠? 우리도 열차가 연결이 안 되어 동해에서 배를 타고 왔답니다. 어서 빨리 연결이 되면 좋을 텐데 그러면 한국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겠죠.
중국이나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그들은 우리 한국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한국을 떠나 왔겠지만 구 한말이나 일제 시대 때 넘어온 사람들은 가난이나 일제의 학정을 견디지 못하고 나왔거나 아님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나왔거나 했을 것인데 냉전의 시대에 공산주의 국가에 있었다는 이유로 외면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길거리 음식이나 시장 식당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려고 했으나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바쁜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말로 손짓 발짓하며 헤매기 싫어 포기하고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가는데 보이지 않고 피자 등을 파는 이태리 음식점이 있어 들어가니 그리 비싸지 않고 맛도 좋다.
하바롭스크의 시내 중심가와 관광지는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시 외곽으로 나가면 조금은 어려운 것 같고 정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다. 아침에는 비가 조금 왔었으나 오후 들어 날은 완전 개었고 후덥지근한 날씨로 조금은 짜증스러웠다. 특별한 기대를 갖고 오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시내 모습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디랭귀지와 얼굴 표정 등으로 러시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이 내용을 유튜브에도 올려 보았습니다. 한번 들러봐 주세요...
https://youtu.be/wQwuETsnExM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