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독일의 뮌헨에서 이제는 스위스로 간다. 우리들의 배낭은 여름옷과 겨울옷 등 옷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비상약 등 무거운 것이 많아 배낭을 메고 다니기에 상당한 부담이 있어 한 곳에 숙소를 길게 잡아 놓고 인근은 유레일패스를 이용하여 돌아다니면 기차 여행도 즐기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지 않으니 좋다.
스위스에서의 숙소는 바젤로 정했다. 바젤은 독일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다음 이동지인 프랑스의 파리와도 그리 멀지 않으며 스위스에서 루체른이나 제네바, 인터라켄에 가기도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뮌헨에서 바젤로 가는 길은 카를스루에를 거쳐 기차로 약 5시간이 걸린다. 숙소는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호스텔의 다인실로 정했다. 스위스도 북유럽 못지않은 고물가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저렴한 곳을 선택한 것이다.
짐을 풀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식당을 찾다가 중국 음식점이 있어 들어가 새우튀김과 조그만 맥주와 공기 밥 그리고 야채 나물 비슷한 것을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계산을 해 보니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한 끼 식사에 우리 돈 10만 원이 넘게 들었다.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다음날은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간다. 짐을 숙소에 놓고 빈 몸으로 가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그리고 날씨도 좋다. 여기까지 왔으니 마터호른에 올라갈까 생각하고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는데 거기서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중동 쪽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휴가차 스위스에 왔다며 자기들은 아이 때문에 마터호른은 못 가고 리기산으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예전에 유럽 여행 중에 마터호른에 간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리기산으로 같이 가기로 한다.
리기산 정상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눈 덮인 알프스를 바라보는 것이 융프라우에 올라가 보는 것보다 다 더 낭만적이라는 어떤 사람의 말이 생각나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리기산으로 가는 길은 배로 호수를 지나고 기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한참을 걸어 내려오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다시 배를 타고 루체른으로 오는 코스다.
배를 타고 가는 길, 산악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 걸어 내려오는 길,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길 등 오고 가는 길이 모두 환상적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날씨가 맑아 멀리 있는 알프스의 만년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정말 꿈과 같은 루체른의 여행을 마치고 바젤의 숙소로 돌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호스텔의 도미토리 캐비닛에 넣어 두었던 아내의 배낭이 없어진 것이다. 내 것은 잘 있는데 집사람 것만 없어지고 내 침대는 아침에 자고 일어난 상태 그대로인데 아내의 침대는 새로 잘 정리되어 있다.
무언가 착오가 있다 생각하고 리셉션에 가 물어보니 나는 예약이 끝나 짐을 치웠다는 것이다. 같이 예약을 하고 돈을 지불하였는데 예약이 끝났다는 것인지 물어보며 스마트폰을 꺼내 예약되었던 것을 보여주니 무언가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이 부부가 투숙하고 무슨 착오가 있더라도 사람이 와서 해결을 해야지 짐을 전부 가져와 버리면 어떡하란 이야긴지 무척 불쾌하다.
선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숙소나 음식점의 물가는 무척이나 비싼데 상대적으로 대형 마트에서의 식료품이나 음료나 주류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즉, 관광객들이나 고소득 층 등 고급 식당이나 호텔에서는 많은 부담을 하고 현지인이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생필품은 그래도 싼 가격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래전에 스위스에 여행 왔다가 들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선진국에 남편과 같이 와서 생활하면 좋을 것 같은데 높은 물가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밖으로도 나갈 수 없어 감옥 아닌 감옥에서 고생만 하다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어제의 리기산은 날씨가 좋아 눈 덮인 알프스를 볼 수 있었는데 비까지 내리니 오늘 알프스를 가야 될지 의문이다. 기차역에 나가 인터라켄 가는 기차를 타고 간다.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한다. 인터라켄에 도착하니 비는 더 심하다. 알프스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베른으로 갔다가 제네바를 거쳐 다시 숙소가 있는 바젤로 돌아온다.
걸어 다니지 않고 기차만 타고 다녀도 경치가 아름답고 좋다.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호수가 이어지고 아름다운 경치가 환상적이다.
바젤의 호스텔에서는 묵는 일수만큼의 시내에서의 교통이용 트램과 버스 승차권을 무료로 준다. 그것을 가지고 또 시내를 무작정 돌아다녀 본다. 트램을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오고 다른 노선도 다시 타며 돌아다녀 본다. 그리고 시내에서 도심을 둘러보고 그러면서 관광을 하는 것이다.
이제 스위스를 떠나 프랑스의 파리로 가기로 한다. 프랑스의 테제베 기차는 유레일패스로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또 좌석의 일정 부분만 유레일패스에 배정해 주기 때문에 거의 돈을 지불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기차를 이용하면 유레일패스로 갈 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우리가 언제 떼제배 기차를 탈 수 있을까 생각되어 둘이 이십만 원이 훨씬 넘는 떼제배 일등칸을 예약한다.
루체른과 기차를 타고 다니는 내내 아름다운 경치는 좋았는데 높은 물가와 좋지 않은 날씨 때문에 융프라우를 못 간 것이 못내 아쉬웠고 숙소에서의 안 좋은 기억도 뒤로 하고 스위스를 떠나 우리는 프랑스의 파리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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