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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Mar 02. 2020

자식을 직접 가르쳐 보고 깨달았다

아이에게 숫자를 가르치려 했던 부질없는 노력



새 학기 등원을 준비하며 설렘을 가져 시간 없다. 새로 맡게 되었다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가 있었지만 정상 등원이라는 3월 9일도 그 여부가 불확실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아이와 나의 생활이 98% 밀착 것 불가항력이다.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많은 시간들 주어졌다. 꼼짝없이 집에 있는 까닭에 이번 기회에 아이에게 한글, 알파벳, 숫자를 모두 깨우쳐 주면 좋겠더라는 생각을 하게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엄마표 홈스쿨 선행학습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학년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처음으로 무엇인가 대해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산수였다. 학도 아닌...  나름대로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 창의력, 사교성 등등 대부분의 것을 어려움 없이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으나, 수학적 연산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수학책만 펼치면 머리가 몽롱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는 '기적'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수포자'가 되었다. 못하는 것을 억지로 시간에, 잘하는 것을 더 열심히 면 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간 이후 어깨에 날개를 달았던 것은 수학 없는 삶이 가능했던 덕분이었다. 인문대 전공 공부부터 사회대 복수전공까지 정말이지 모든 공부가 재밌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상쇄시켜줄 수 있는 반쪽의 DNA를 찾 본능이었던가. 어쩌다 보니 수학적 수사만을 이해이공계 남자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더랬다. 임신 중 태교를 열심히 하 동안 학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아빠 머리를 닮았으면 좋겠더라는 바람 있었다. 부족한 유전자를 무나 잘 아는 터였다.




결과는...

폭망이다! 니 뜻대로 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여느 부모들처럼 나도 아이에 대한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아기 때부터 아이 두상을 보고는 공부 잘하게 생겼다 하는 사람들부터, 애가 천재 같아요, 영특하다, 똘똘하네 등등 말에 팔랑귀가 혹하며 내심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적재적소에 맞는 표현과 뛰어난 어휘력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 30~60대 어른들과 농담하며 밀당마저 즐기는 아이다. 상황에 따라 유머를 사용해 사람들을 웃겨줄 줄 안다. 이런 아이를 보고 비전문가들은 언어발달이 빠른 편이라 했다. 하루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나를 보고는 "어머님, 말로는 절대로 시하 못 이겨요"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터다.


하지만 여태 Abc송을 엉터리로 부르고, ~나~다~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노래는 부르지만, ㄱ (기억)이 무엇인지도 관심이 없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혹시 영재일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기대는 이미 내려놓았더랬다. 그럼에도 일단 큰 정리부터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아이를 앉혀놓고 펜을 들기 시작했다. 

 

"봐봐~ 엄마가 개념만 알려줄게. 나다라는 무엇일까?"


"......."


"그건 바로 한글이라고 해. 우리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이야.


"아~ 그래?"


"그럼! 에이 비 씨는 무엇일까?"


"......."


"이건 알파벳이야. 영어나 프랑스어와 같은 많은 라틴어원에서는 알파벳을 사용해. 우리에게 한글이 있는 것처럼"


"아하~"


"그럼 하나 둘 셋, 일 이 삼 사뭘까? 그건 바로 숫자라고 하는 거야. (동그라미 세 개를 그리며) 이렇게 삼종세트로 정리해서 이해하면 쉬워"


그러면서 숫자는 종이에 적어가며 가르치는 것보다 수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하리보 젤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곰돌이 젤리를 보며 먹고 싶다고 외치는 아이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정확하게 다 세고 나서 먹고 했다.


"자, 일곱 다음에 여덟이야. 그리고 아홉이지. 다시 해 볼까?" 


"알았어. 하나 둘   다섯 여섯 일곱 아홉 열"


벌써 여섯 번째다.

여덟은 도무지 입에 붙지 않는가 보다.

곰돌이 젤리를 하나씩 옮겨가며 열 번이 넘게 여덟을 가르쳐 주었음에도 아이는 단 한 번도 여덟을 말하지 않았고 계속 틀렸다.


아이가 친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가르쳐 보는 것이라 했던가...


"아니 왜 여덟을 계속 빼먹어? 이게 이해가 안 가니? 엄마가 열 번이 넘게 그리고 방금 또 알려줬잖아. 일곱 다음에 여덟 아홉 열이라니까"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며 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 이건 나한테 너무 어려운 것 같아. 난 정말 숫자는 하나도 모르겠어"


하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테이블에 엎드리는 것이 아닌가.


이제 겨우 세 돌 하고 반 밖에 안된 저 어린 녀석이 벌써  수. 포. 자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 지났다. 그 순간 내 안의 상처가 떠올라 안쓰러움에 아이를 와락 안아버렸다. 소년기 학을 못한다고 울었던 숱한 밤들... 내 자식은 절대로 그런 아픔을 반복하게 하지 않으리라.


"괜찮아. 조금만 더 크면 다 할 수 있어. 괜찮아. 엄마가 설명을 잘하지 못했나 봐. 미안해.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실 거야"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는 동안 내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가며 아이 입에 곰돌이 젤리를 하나씩 먹여줬다. 그리고 생각했다.


'괜찮아. 잘할 수 있는걸 더 잘하 살면 되지 뭐. 나저나 태교를 그렇게 했건만 넌 정말 엄마 머리를 닮았구나. 아빠 머리 조금이라도 닮지 그랬' 


내 부족한 DNA가 극복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확인되지 않은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로 희망을 걸어두고 싶다.  돌이 지나면 진실에 다가갈 확률이 좀 더 높아것이다. 그때까지는 한글, 알파벳, 숫자는 잊고 마음껏 뛰어노는 걸로!


 번 백 번을 물어봐도 본인은 동차 또는 타이어 고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 어쩌면 사교육에 투자할 비용으로 정비소 하나 차려줄 준비를 미리미리 해봐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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