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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May 15. 2020

스승의 날에 로봇을 선물했습니다

아이의 취향을 반영해 준비한 선물, 선생님이 좋아할까?


 청탁 금지법 (김영란법)


소위 김영란법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는 것은 좋은 사회가 되었는 단면이라 생각한다.


학창 시절, 스승의 날에 선물을 가져가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선생들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촌지'는 미덕이고 관행이라 여기던 끝 시대라 선물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시대가 지나 김영란법이 법으로 제정되고, 계도화되니 사회가 투명해지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를 새삼 느끼게 된다.


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정부패는 후진국의 특성이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는 증명사진 한 장과 함께 단돈 50불만 찔러주면 운전면허증을 하루 만에 만들어 준다. 한화로 2백50만 원 정도면 영주권 발급도 가능한 나라이니 살기엔 참 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착복한 뒷돈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했던 해당 조직 구성원들이 골고루 나눠 가진다. 혼자 먹으면 체한다는 것을 그들도 안다. 국민소득이 낮을수록 공무원들이 뒷돈에 눈을 벌겋게 밝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회발전은 느려지고, 부패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이런 현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지면 그야말로 '노답'이다.


"아휴~ 아가씨 우리나라에서는 아무것도 하면 안 돼요. 즉, 받아서도 안되고 줘도 안된다는 거예요. 한 학부모가 가져온 케이크를  선생님이 반 아이들과 함께 나눠 먹었는데 그것도 걸렸잖아요. 그만큼 무서워요. 절대로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라고 동갑내기 교육공무원인 올케는 신신당부를 했다.받을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회 속에서 올케는 '제 아무리 잘난 학부모라고 치맛바람을 휘둘러 봤자 어차피 그 반에서 잘하는 애가 눈에 띄기 마련이고, 자연스럽게 그 아이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라 했다. 즉, 아이만 잘하면 학부모가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저절로 남다르게 보인다 했다. 


촌지니, 마음이니,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건넸던 선물 등이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김영란법이 있어 차라리 고맙고 거절하기에 훨씬 편해요'라고 말했던 올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 또한 예전에 업무상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식사자리가 만들어지면 내가 돈을 다. 것이 마음은 편했다. 한 번은 그 회사 대표가 한우집을 예약해 둔 바람에 35만 원...ㅠㅠ  그 이후로는  업무상 만나 이따금씩 친분이 생겨 밥을 사겠다고 하면 극구 쌀국수를 고집해 먹었다. 김영란법을 이유로 주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입장에서도 거절하기에 편했다. 다행이었다. 무엇인가 부담스러운 것은 언제고 분명 탈이 나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이집 학부모가 되고 스승의 날을 맞이한 지 2년 차가 된다. 첫 1년 차에는 학부모가 된 것에 감격하여 출간던 내 책 속에 상품권을 사다가 끼워 넣어 전달하는 오버를 했다. '어린이집에서 스승의 날에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는 공문을 알림장에 넣어 보내지 않으면 그것은 바로 받겠다는 뜻'이라는 주변 엄마들의 말에 내 아이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던 초보 엄마였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올해 스승의 날은 아이와 함께 마음만 준비해 보기로 했다. 아이의 시선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목적과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내일 스승의 날인데 선생님께 편지를 쓸까?"


라고 묻자 아이는 '그래 좋아!'를 외치며, 로봇 그림을 그리자 한다. 그리고 본인의 여러 변신로봇 중에서 실버호크 로봇을 선택했다. 아이의 요청으로 로봇 밑그림은 내가 직접 그다. 이어 아이가 색칠을 했고, 크레파스 색이 선을 너무 많이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소생술을 발휘하여 가위로 로봇 형체를 잘라냈다. 스케치북을 접은 카드에 로봇을 붙였고, 카드 앞뒷면과 안쪽에 아이와 함께 간단히 글씨를 적어 넣었다. 물론, 아이가 선생님께 전하고싶은  말을 정했고, 난 아이와 함께 잡은 색연필에 조금 더 힘을 주어 글자가 완성되게 도왔을 뿐이다.


아이는 실버호크 로봇을 옆에 놓고 색칠 삼매경에 빠졌다.
완성된 카드에 집에 있던 리본까지 묶어 제대로 선물구색을 갖추었다.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현할 때나 그 마음을 전하라고 있는게 선물이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선생님께 드리기 위한 선물을 직접 준비하면서 실버호크 로봇 그림카드는 엄청난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림카드가 완성된 후, 리본으로 장식되는 걸 옆에서  아이는 매우 뿌듯해했다.


"이건 내일 스승의 날, 선생님을 위해 시하가 준비한 선물이야. 선생님께 두 손으로 려야 해'


라고 하자 아이는 매우 으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을 담은 손편지로 전해 보는 2020 스승의 날! 가치와 진정성이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전해지기를 빌어본다. 짜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으니 장 정성을 들여 준비하게된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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