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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May 14. 2020

육아는 살아 움직이는 마법이다

아이의 어떤 불안이 그리하였던 것일까


아이는 언젠가부터 손가락을 계속 움직였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아이가 손가락 끝의 거스러미로 시작해 조금이라도 여지가 있으면 살을 뜯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6개월 전쯤이었던 것 같다.


"애들 다 그래. 효인이도 손끝을 얼마나 뜯고 그랬는데. 걱정 마. 다 좋아져"


걱정하는 나에게 친정엄마는 조카도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아 하셨다. 하지만 나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특히 아이가 를 볼 때나, 밤에 책을 읽어줄 때 손가락을 멈추지 않고 뜯는걸 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난 유년시절 이맘때 오랜 기간 손가락을 빨았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엄지손가락은 나에게 안정을 주었다. 하지만 손가락을 빨아서 느꼈을 편안함보다 지금도 더 강하게 뇌리에 박힌 것은 손가락을 빤다고 혼이 났던 기억들이다.


그것은 더욱 불안을 가중시켰던 것 같다. 그래서 숨어서 손가락을 빨 때도 늘 불안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서라도, 자는 척 옆으로 누워, 또 어느 구석진 곳만 있으면 들어가 손가락을 빨았다. 어쩌면 불안보다 더 큰 외로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집 옆에 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하루 종일 혼자 놀다 땅에 누워 잠이 들곤 했니 말이다. 난 기억에도 없지만 모래 위에서 자고 있는 나를 업하던 어느 선생님이 아다 집으로 데려다 놓곤 했다고 들었다.


이후 6세 나이로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약 한 달 동안은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유치원 담 밑 앉아 손가락을 빨았다 했다. 유아기 많은 시간을 혼자서만 보냈던 까닭에 엄지손가락은 내 유일한 친구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였기에 아이에게 손가락을 뜯지 말라고 야단을 칠 수 없었다. 분석해 보면 아이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는 행동일 텐데 그것을 가지고 평생을 기억할만한 아픈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시하야 그러면 안돼"하며 손가락을 뜯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네, 엄마" 하고는 돌아서 뜯기 시작했다. 꼭 어린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땐 너무 가슴이 아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 상처를 아이에게 반복하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 아이의 모습은 모든 우려가 현실 되었으니 말이다.


'야단을 쳐서 아이 마음을 아프게 하느니 저절로 좋아질 때까지 두는 게 좋겠다' 생각한 이후로 아이에게 가끔씩 주의만 주었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 바빴던 3월 교육을 끝내고 돌아와서 일이다.  엄마를 반기는 아이를 안아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를 살펴보는데, 어랏~ 양 엄지손가락이 온통 빨개져 있었다. 같은 자리 살을 반복해 뜯다 보니 재생될 틈이 없는 상태로 벌건 맨 피부가 드러날 지경이었다. 그 순간 충격은 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내 표정에서 아이가 죄책감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정한 표정으로 아이에게 말했다.


"어머~ 우리 아기 엄지손가락 세포들이 많이 아팠겠다. 포들이 시하한테 아야 아야 안 했어? 분명 아프다고 했을 텐데. 그동안 아팠다 시하에게 했을 거야. 자, 이제 엄마가 약 발라주고 밴드 붙여줄 테니까 오늘 밤에는 가만히 두고 내일 세포들이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들어보자" 


나는 후시딘을 꺼내 아이 두 엄지손가락에 발라주고 큼지막한 밴드를 하나씩 붙여줬다. 장난스럽게 행동하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는 마치 이것이 재미난 놀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다음날 일어난 아이와 함께 밴드를 풀어 손가락 상태을 확인하고, 오늘도 엄지손가락 세포들을 아프지 않게 하기로 약속하자 했다. 그날 오후 하원한 아이의 엄지손가락을 살펴보고 뜯은 흔적이 없으면 손가락에 뽀뽀해 주며


 "우리 시하 엄지손가락아 잘 지냈어? 오늘은 아프지 않았지? 시하가 이제 엄지손가락 너희들을 아껴주기로 했대"라고 인사해줬다.


밤엔 잠들기 전에 약을 발라 밴드를 붙이며 인사를 했고,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아이의 엄지손가락에 뽀뽀하고 인사하기를 매일같이 모든 정성을 다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까? 살이 제법 올라 상처는 아물어졌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양 엄지손가락을 검지로 긁어 뜯던 행동이 조금씩, 그러다  완전히 사라졌다. 신기할 정도로 하룻밤 새에 그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만에 살을 뜯는 행동이 사라졌고, 이제는 살이 다 올라와 흔적도 거의 남지 않았다. 만약 엄마가 야단을 쳤으면 아이의 행동이 고쳐졌을까 생각해 본다.


점차 아이의 손가락 피부는 잘 자라나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왔다. 아이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아껴줘야 한다는 일종의 보살핌을 하는 역할에 상당한 책임감마저 느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같은 책임감이 부담이 아니라 아이에겐 만족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마로서 내가 대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아이가 그 행동을 완전히 멈추었고, 더 이상 엄지손가락에 몰입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모든건 충분해졌다. 뿌듯해하는 아이에게 폭풍 칭찬을 해 줬고, 잘 버텨준 그의 엄지손가락들에 고맙다며 뽀뽀해 주 것으로 엄마로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사랑으로 아이를 감싸 안으면 행동이 교정이 되고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이 마법 같은 육아에  한 번 감탄다. 지난 6개월 아이의 어떤 불안이 그의 엄지손가락을 괴롭히게 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제 나는 안다. 아이에게 야을 치지 않고도 행동이 교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겐 부모의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오늘도 노력한다. 그리고 더 노력할 것이다. 아이에게 온전한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말이다.


이상 육아 최전선에서 또 하나 깨달은 초보 엄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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