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언어의 세계에서 돈을 벌고 있다. 이 망망대해에 발을 담그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국어 또는 언어를 “잘한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언어는 하면 할수록 과연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커진다. MBTI가 공인해주는 가장 생각이 많은 성격 유형의 한 사람답게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찰하다 보면, 그렇다면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공이 넘어간다.
언어란 무엇인가. 서구 나라에 비해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스펙타클한 한국 축구 역사에 한 켠을 지키고 있는 이른바 “토탈 사커”의 시기가 있다. 현대 축구 전술의 기본 토대인 토탈 사커는 네덜란드의 리뉘스 미헐스 감독이 완성시킨 축구 전술로, 한국에서는 토탈 축구(Total Soccer)로 더 널리 불리고 있다.
볼을 빼앗긴 후에도 압박을 통해 팀 전체가 최대한 뒤로 물러서지 않고 최후방 라인을 높은 지점에 형성한 뒤, 최전방 공격수부터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면 그만큼 상대 골문과 가까운 위치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서 창안된 전술로 이를 통해 보통 수비 상황에서는 잉여전력으로 간주되기 쉬운 공격수들에게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도록 만들고, 또 공격 시에는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수비수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 시켜 토탈 풋볼이라는 말 그대로 전원 공격 + 전원 수비의 형태를 취하는 축구 전술로 발전 시켜 나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현대 축구 전술의 기본인 만큼, 히딩크, 아드보카드를 거쳐 @@식 토탈 사커가 늘 등장했고 많은 욕을 먹었으며 크고 작은 성과를 내며 아직도 다양한 모습으로 적용되고 있다. 포백 즉 지역 수비와 빠른 공수 및 포지션 전환까지. 언어가 무엇이냐고 묻는 누군가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것은 토탈 사커라고.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커뮤니케이션 능력, 배경지식 그리고 각 나라의 시대별 정서까지 이 모든 것이 조직적으로 물 흐르듯이 전환되어서 비로소 언어는 하나의 연합체로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흔히 언어에 대해 말하면, 모국어보다는 외국어 중심으로 사고하며, 그중에서도 유독 “회화”에만 치우쳐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언어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언어는 너무나 복합적인 존재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이 4가지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몸짓을 포함한 화자와 청자, 화자, 독자 간의 상호작용(communication) 역시 언어의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소통되지 않는 대화는 언어가 될 수 없다. 흔히 의사소통이라고 일컬어지는 상호작용이 언어가 존재하는 목적이므로.
모국어는 날 때부터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연스레 습득된다. 하나의 외국어를 모국어와 비슷하게(절대 모국어와 같아질 수 없다) 습득하는 것은 한국 축구가 토탈 사커로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일과 같은 일이다. 어려우나 가끔 가능하며, 실제로 그 일을 이룬 사람들의 영광들을 보면서 노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이 까만 밤바다 위를 부유하며 입에 문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발버둥 치는 오리 한 마리처럼 아등바등하고 살아가고 있다. 언어는 소모적이다. 매일 매일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언어의 편린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어제보다 더 발전해보겠다고 달리고 있다. 그래서 이 지리멸렬한 싸움을 왜 해야 하는지 지겨워지는 순간이 온다. 알파벳의 A 끄트머리도 보기 싫어지는 순간도 자주 온다. 그래도 이 바다에 나 혼자 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끔 위로가 된다. 아, 나만 당하고 살지는 않는구나 하는 마음. 내가 이 망망대해를 함께 헤엄치고 있는, 매일 좌절하고 매일 일어서는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언어가 나의 자존감을 깎아가고 있다면 두 문장을 기억하자.
“어쩌라고 나 외국인이야.”
“나는 지금 치매 예방 중이다.”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자. 나는 외국인이고 그래서 어색한 표현을 써도 면죄부가 있다. 그걸로 스트레스 너무 받으면 위만 망가지고 머리만 빠진다. 스스로 너무 못한다고 느껴서 너무 좌절하지 말자. 적어도 치매 걸릴 가능성은 줄어드는 중이니까. 공은 둥글다. 오늘의 노력이 어떤 성취로 돌아올지는 모르는 일이므로 자질구레한 것들에는 신경끄고 그저 앞을 향해 뛰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