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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Oct 04. 2023

나에게도 꼬리지느러미가 생겼다

유민미술관_프랑스 유리공예작품

제주 유민미술관에서 만났던, 1800년대 후반 프랑스 유리공예작품



유유히 헤엄친다. 포근한 구름들 사이로 날아다닌다. 오렌지빛 물고기, 그녀의 유려함과 유연함에 반한다. 강렬한 오렌지빛은 어느 새 내 심장으로 걸어들어와 기쁨으로 출렁거린다. 어디선가 짭조름한 비린내가 난다. 내려다보니 내 두 발은 이미 매끄러운 꼬리 지느러미가 되어 폭신한 구름바다 사이를 유유히 헤엄친다. “기쁨에 모험을 걸어볼까, 우리?” 꼬리지느러미가 나를 보고 생긋 웃는다. 내 심장은 이미 비바치시모. 콩콩콩콩 싸르르르 콩쾅콩쾅콩쾅콩쾅.


바닥에 깔린 작은 이끼들 사이에 어여쁜 꽃잎들이 사뿐사뿐 내려앉는다. 꼬리지느러미를 살그머니 접고 부드러운 초록 이끼 더미 위에 가만히 몸을 뉘여본다. 평화롭다. 고요하다. 지칠 때마다 찾아가 폭 안기는 내 영혼의 트램폴린 숲이다. 


구름바다를 가득 채운 바람 사이로 춤을 추는 꽃들은 나의 용감한 자매들. 여리게 씩씩한 꽃잎들은 다정하게 용감한 꼬리 지느러미와 호흡을 맞춘다. 쿵작작 쿵작작, 하나둘셋 하나둘셋, 매끈한 바람을 타고 흔들흔들 춤을 춘다. 우아하게, 아름답게. 그윽했던 구름바다가 오렌지빛 기쁨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을 따르라. 그러면 벽이 있는 곳에서도 우주는 너를 위해 문을 만들어 줄 것이다.
-조셉 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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