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의 오늘

결국은 휠체어

by 김여은



어제부터 할매가 걷질 못한다. 오른쪽 무릎 연골이 찢어졌다는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해 누워만 있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젊어서부터 허리가 아팠던 탓에 아빠는 진작 전동 휠체어를 권했지만 할매는 당신의 두 다리로 걷고 싶어 했다. 쩔뚝거리더라도 걸어 다니고 싶지, 앉아서 돌아다니긴 싫다 했었다.


그랬던 할매가 결국 휠체어를 탄다. 의료기 대여점 사장님이 "한 달 되는 날 가져다주시면 됩니다!" 했더니 아빠는 "더 빨리 가져와야죠!"라고 답했다. 그래, 정말 하루라도 빨리 반납하고 싶다. 얼른 툭툭 털고 일어나길.




종일 누워서 끙끙 앓다가 병원 다녀오고 밥 먹고 약 먹고 TV 보는 게 전부인 할매의 오늘. 계속 기도하고 그러다 울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맘이 너무 슬퍼서 저녁을 먹은 뒤부터 할매 방에 들어와 있다.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쫑알쫑알 떠들고 골백 번도 더 들은 할매의 과거지사를 들으며 함께 시간을 채우는 중이다.


그런데 방금 전 눈에 녹내장과 백내장 약을 차례로 넣는 할매를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쩌억 벌린 채 안약을 넣는 할매. 입은 왜 벌리냐니까 어떤 똑똑한 할멈이 알려줬단다. 입을 벌리면 안약이 눈에 잘 들어간다고. 내가 깔깔대고 웃으며 말도 안 된다고, 할매 표정 진짜 웃긴다고 했더니 덩달아 흐흐흐 웃는 할매. 그러더니 다음에 넣는데 또 입을 크게 벌린다. 아, 정말 숨 넘어가게 웃었다.




한바탕 웃음 끝에 할매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에휴, 다리 좀 안 아프면 여기저기 실컷 돌아다니고 싶은데... 이놈의 다리가 이렇게 아파서..."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웃다가 운다. 슬프다, 생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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